개인회생 절차에서 주식이나 암호화폐 투자로 잃은 돈은 변제금에서 제외하는 법원 실무준칙이 제정됐다. 투자 실패로 회생을 신청한 개인이 갚아야 할 총변제금을 줄여 회생이 좀 더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자는 취지다.

▶본지 6월 1일자 A19면 참조

서울회생법원은 이 같은 내용의 ‘주식 또는 가상(암호)화폐 투자 손실금의 처리에 관한 실무준칙’을 제정했다고 28일 밝혔다. 해당 준칙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인회생 절차는 일정한 소득이 있는 채무자가 빚을 갚기 어려울 때, 법원이 갚을 수 있을 정도로 빚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이때 법원에선 채무자의 현 자산과 월 소득 등을 고려해 변제금을 정한다. 다만 변제금 총액이 자산을 청산해 빚을 갚는 가치보다 클 때만 회생을 신청할 수 있다.

새 준칙에 따르면 채무자가 주식 또는 암호화폐에 투자해 발생한 손실금은 이 같은 변제금에 산입해선 안 된다. 법원 관계자는 “주식 및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은 현재 채무자가 보유하고 있는 경제적 이익이 아님에도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이를 변제금에 포함하는 사례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준칙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최근 투자 실패로 인한 2030 청년층의 부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만 20~29세의 개인회생 접수 건수는 2019년 1만307건에서 2020년 1만1108건, 2021년 1만1907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서울회생법원은 청년들의 빠른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최근 개인회생실무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회생을 신청한 채무자에게 과도한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있는지 점검했다. 그 결과 기존 실무에서 변제금이 투자손실금보다 많아야 한다는 논리로, 투자손실금까지 자산의 일부로 넣어 변제금 총액을 늘리는 관행을 발견했다.

해당 실무준칙은 진행 중인 사건에도 적용하도록 했다. 다만 조사 결과 채무자가 투자 실패를 가장해 재산을 은닉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과 같이 청산 가치 산정에 투자 손실금을 반영한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준칙 도입으로 채무자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변제를 요구했던 실무가 개선될 것”이라며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는 많은 20~30대 채무자들이 경제 활동에 한층 빠르게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