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두고 대검찰청서 특별강연…"선은 평범한 데 있다"
김재형 대법관 "정치 영역 문제, 사법부가 해결하면 안 돼"
퇴임을 2개월여 앞둔 김재형 대법관이 28일 대검찰청에서 '자율과 공정'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열고 지난 6년 동안 내린 판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김 대법관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교편을 잡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대법관이 됐다.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학계에 있을 때부터 민법 권위자로 꼽혔고, 법원 안팎에서는 해박한 법리로 사회적 관심을 모은 중요 판결을 여럿 만들어낸 대법관으로 유명하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2018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린 무죄 판단이 대표적이다.

김 대법관은 14년 만에 판례를 바꾼 이 재판에서 주심을 맡았다.

그는 "민주주의 사회는 다수와 다른 신념을 가진 소수자들을 관용하고 포용함으로써 그들 역시 사회구성원으로 함께 공존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한 당시 선고 이유를 다시 낭독한 뒤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는 것은 특혜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 우리 공동체에서 '다를 수 있는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범하지 않은가.

진리는 단순한 데 있고 선은 평범한 데 있다"고 했다.

김 대법관은 2017년 삼성전자 LCD 공장의 희귀질환 '다발성 경화증' 사건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대법원이 처음으로 반도체·LCD 노동자의 업무와 산재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사건으로, '업무상 비밀'이라며 유해물질 사용 여부를 숨긴 삼성 등 대기업과 노동당국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공정은 절차에서의 공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의 취지와 산재 노동자가 갖고 있을 자료가 매우 적다는 점을 고려해 좀 더 넓게 산재를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법관은 "정치의 영역에서 입법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사법부가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했다.

다만 마주한 사건들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판결은 시대의 산물일 수도, 사회의 산물일 수도 있다"며 "다만 법관은 자기 판단이 이성에 비춰 올바른 것인지 자문하고 정당성을 보여줘야 하고, 합당한 근거와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에는 이원석 차장(검찰총장 직무대리) 등 대검 간부와 직원들이 참석했다.

김재형 대법관 "정치 영역 문제, 사법부가 해결하면 안 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