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화학물질 유출로 10명이 넘는 직원이 급성중독된 두성산업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처음으로 검찰이 이 법을 적용해 기소한 사례다.

창원지방검찰청 형사제4부(부장검사 이승형)는 27일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 두성산업 대표 A씨(43)를 중대재해법상 산업재해 치상, 산업안전보건법상 보건조치 미이행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발표했다. 두성산업은 2021년 9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유해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클로로포름)이 포함된 세척제를 사용하면서 사업장에 국소배기장치 설치 등 안전 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2~3월 이 회사 직원 16명이 클로로포름에 급성중독돼 독성간염을 앓았다. 독성간염은 약물, 화학물질에 노출돼 발생하는 간 손상 질환이다.

검찰은 독성감염이 중대재해법을 적용받는 직업성 질병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중대재해법 제2조 2호는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안에 3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산업재해로 규정하고 있다. 창원지검 관계자는 “두성산업 대표는 유해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의 경영책임자임에도 유해 위험 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 절차인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았다”며 “최소한의 보건 조치인 국소배기장치도 설치하지 않아 근로자들이 독성간염에 걸리는 사태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두성산업과 똑같은 세척제를 사용해 직원 13명의 독성감염 사태가 발생한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 대흥알앤티는 중대재해법에 따른 기소는 피했다. 검찰은 대흥알앤티 대표 B씨(65)를 산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지만, 중대재해법은 위반하지 않았다고 봤다. 작업장에 성능이 떨어진 국소배기장치를 방치하긴 했지만 △안전·보건에 관한 종사자 의견 청취 △유해·위험 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 △재해예방 예산 편성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한 사실이 인정됐다.

중대재해법으로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법정에 서는 일이 발생하면서 중대재해로 진상 조사가 벌어지고 있는 다른 기업들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중대재해 1호’(1월 29일 발생)인 삼표산업의 경기 양주시 채석장 붕괴 사고는 수사를 맡은 고용노동부 중부노동청이 지난 13일 관할인 의정부지방검찰청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의 결정에 따라 경영책임자와 양주사업소장의 재판행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삼표산업을 비롯해 10여 건의 중대재해 사건 수사도 완료돼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