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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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전 가정교사로 만나 인연을 맺어온 학생 집안의 상속 문제에 끼어들어 수억원을 편취한 과외 교사가 징역형에 처해졌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이근수 부장판사는 사기 및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49·여)에 대해 지난 22일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1998년 가정교사로 B씨의 딸을 가르친 뒤 계속 B씨를 비롯한 가족과 가까이 지내왔다. 2016년부터 11월 B씨가 모친으로부터 서울 정릉동의 토지를 상속받은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내가 법무법인에서 일하는데 세금을 아낄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A씨는 “토지를 상속받으면 상속세 22억원을 내야 하지만 매입하면 13억원의 양도세만 납부하면 되고 나중에 모친이 돌아가시더라도 증여세를 별도로 내지 않는 방법도 있다”며 구체적으로 방법을 일러줄 것처럼 속였다. 이어 “법무법인에 있는 자신의 지인과 세금 컨설팅 계약을 맺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A씨는 법무법인에서 일한 적도 없었고 지인과 계약을 맺어줄 생각도 없었다. A씨의 사기 행각은 거짓말에서 그치지 않고 2017년 4월 B씨의 토지 매입에 대한 세금 업무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사문서를 위조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임의로 컨설턴트와 법무법인 관계자 등의 목도장을 만들어 날인하는 방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해 B씨에게 제시했다. 가짜 계약서에 속은 B씨는 컨설팅비로 2017년 2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총 4억2400여만원을 송금했다.

이 밖에 A씨는 B씨에게 “법무법인에서 회사채 투자금을 모집하는데 원금은 물론 연 12%의 수익을 보장해줄 테니 투자해보라”고 속여 2018년 11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약 2억5000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투자 계약서도 컨설팅 계약서와 같은 방식으로 모두 위조했다. 재판부는 “사건 피해 금액이 6억7000만원에 이르고 죄질이 불량하다”면서도 “A씨가 초범이고, 신부전증 진단을 받고 투석 치료를 받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양형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