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 '장관이 총경 임명 제청권, 징계요구권 행사' 권고
"제청권 행사는 법에 있어 당연" vs "정치 경찰 만든다" 우려
한달만에 속전속결로 권고안 마련…자문위 '친검찰 성향' 비판도
행안부 경찰 통제 핵심수단은 '인사'…감찰·징계권한도 키운다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21일 발표한 권고안은 크게 경찰에 대한 관리·운영 강화, 경찰의 임무수행 역량 강화 두 축으로 나뉜다.

즉 경찰에 대한 '통제'와 '지원'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이중 경찰에 대한 관리·운영, 즉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의 핵심은 인사권이다.

자문위는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 '경찰청장·국가수사본부장 그 밖의 경찰 고위직 인사제청에 관한 후보추천위원회 또는 제청자문위원회 설치'를 권고안에 담았다.

자문위는 경찰청장 등 고위직 경찰공무원의 인사가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런 방안을 내놨다.

행안부는 경찰청장·국수본부장 외에 770여명의 총경 이상 고위직도 인사 제청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방침이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경찰 인사관리에서 현재 경찰공무원법에 여러 가지 규정이 있다"면서 "경찰청장이나 국가수사본부장은 개별 규정이 있고, 총경 이상의 임명은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안부 장관이 제청하게 돼 있다.

제청 행사에 필요한 그런 기능을 수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승진자 6명을 일대일로 면담해 논란이 일자 인사 제청을 위한 것이라고 응수한 바 있다.

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황정근 변호사는 "제청권은 법에 따라 제대로 행사하면 굉장히 큰 권한이 될 수 있고, 또 행사 안 하면 아무 권한이 아닐 수도 있다"면서 "행안부 장관이 총경 이상의 인사제청권 있다는 게 경찰공무원법의 법률에 나와 있기 때문에 그 제청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건데, 그동안 제청권을 행사했는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 장관에게 총경 이상 고위직의 인사 제청권이 있으므로 이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한다는 것이지만 경찰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정치권의 사병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 핵심은 인사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평 부당하게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일하는 사람보다 정치권에 안테나를 세워 정치적인 사항을 민감하게 신속히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승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1960년대 최인규 내무부 장관이 선거를 앞두고 일선 경찰서장을 연고지 중심으로 배치해 부정선거에 경찰을 동원한 사례를 들면서 "지금은 그렇게까지 하긴 어렵겠지만 민감한 수사나 집회 시위 등에서 정치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확보하기 위해 인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자문위는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조직을 신설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현행법상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과 관련해 법령 발의·제안, 소속청장 지휘, 인사제청, 국가경찰위 안건 부의, 수사규정 개정 협의 등 다양한 역할을 하게 돼 있지만 현재 그런 업무를 지원하는 조직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안이 실행된다면 행안부 전신인 내무부 시절 치안국(치안본부)이 1991년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한 지 31년 만에 행안부 내 '경찰국'이 부활하는 셈이다.

자문위원회에 참여한 한 위원은 이른바 '경찰국'으로 불리는 행안부 내의 경찰 지휘 조직 신설과 관련해 "모든 권한이 경찰청에서 행안부로 넘어가게 되니 경찰이 크게 반발하는 것 같다"면서 "인사나 예산 등 권한이 행안부로 다 넘어가면 경찰청은 정책기관의 역할은 없어지고 집행기관으로만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조직은 경찰정책관, 경찰행정지원관 등의 가칭으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지만 자문위는 이날 권고안에서 공식 명칭이나 규모 등은 공개하지 않고, 다만 '경찰지원조직'이라는 용어를 썼다.

자문위가 경찰에 대한 관리·운영 강화 방안으로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 제정', '감찰 및 징계제도 개선'을 권고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경찰 인사뿐 아니라 감찰, 징계권도 강화하고, 나아가 수사지휘까지 가능케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관리할 조직을 만들고 인사권과 징계·감찰권을 틀어쥐어 경찰을 자신에게 종속시키겠다는 것이 (자문위 권고안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한 차관은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과 관련해선, '다른 부처의 소속청 지휘규칙에 장관의 중요 정책 승인권이나 청장의 예산·인사 등에 대한 보고 의무들이 포함돼 있다'는 지적에 "저희도 그 지휘 규칙에 포함된 내용을 중심으로 검토를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경찰 징계에 대해서는 권고안에 '경찰청장을 포함한 일정직급 이상의 고위직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는 행안부 장관에게 징계요구권을 부여'한다고 돼 있다.

'일정직급'에 대해 한 차관은 총경 이상을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찰공무원법에 총경 이상의 경찰공무원 임용제칙이 있고, 경찰청장이나 국가수사본부장의 임용과 관련된 사항이 법률에 규정돼 있다.

그것을 통칭한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자문위원회는 정부조직법의 행안장관 사무에 '치안'뿐만 아니라 수사를 담당하는 '사법경찰'을 추가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권고안에는 장기 과제의 예시로 '행안부 장관 사무에 경찰 관련 사항 명확화'라는 문구만 들어갔다.

행안부 자문위는 이 장관 취임식 당일인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한달만에 4차례 회의를 열어 속전속결로 권고안을 내놨다.

자문위원의 구성을 놓고 친검찰 성향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자문위 민간위원으로는 대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황정근 변호사, 한국비교공법학회 회장인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인 정웅석 서경대 교수, 경찰대 강욱 교수,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석대 전 한남대 객원교수 등 6명이, 행안부에서는 차관 및 기획조정실장, 경찰에서는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이 참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