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890원 달라"…노동계, 최초 요구안 발표
노동계가 2023년도 적용 최저임금이 올해 보다 18.9% 오른 1만890원이 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21일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은 세종시 고용노동부 2층 대회의실에서 5차 전원회의에 앞서 합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저임금 근로자위원 최초 요구안으로 월 209시간 근로 기준 227만6010원(시급1만890원)을 발표했다.

근로자위원들은 “대내외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노동계 단일안으로 시급 1만890원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은 공익위원·사용자위원·근로자위원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며, 노사 양측이 각각 제출한 최초 요구안을 놓고 그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영계가 요구안을 제시하면 본격적으로 최저임금 수준 심의에 돌입하게 된다.

근로자위원들은 “최저임금인상은 기본적으로 최저임금법 제4조가 규정하고 있는 결정기준(△노동자 생계비, △유사 노동자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에 맞춰 심의가 진행돼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의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생계비인 비혼단신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노동자와 구성원의 생계비인 ‘가구 생계비’를 기준으로 할경우 시급 1만3608원이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적당하지만, 현실을 고려해 그의 80% 수준으로 최초 요구안을 정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날 노동계의 빠른 최저임금 요구안 발표에는 다른 배경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지난주 열린 4차 전원회의에서는 투표 끝에 찬성 11표, 반대 16표로 업종별 차등 적용을 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하지만 공익위원들이 표결 이후 곧바로 "고용부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연구 용역'을 맡게 하자"는 안건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추후 최저임금 차등 적용 근거를 마련하려는 의도"라며 논의를 거부해 회의가 그대로 종료된 바 있다.

하지만 공익위원들과 사용자위원들이 5차 전원회의에서도 해당 안건을 상정해 논의하자고 주장할 것으로 보이자, 노동계는 연구용역 안건 논의를 거부하는 차원에서 빠르게 최저임금 요구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차등 적용 관련한 논의의 불씨를 꺼뜨리고 인상률 논의로 넘어가자는 의도다.

근로자위원들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추가 논의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근로자위원들은 “저임금노동자의 생활안정이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에 비춰볼 때 사업의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는 것은 위헌·위법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차등적용 관련 안건을 추가로 논의하고 싶은 경영계는 노동계와 달리 5차 전원회의에서 최초요구안을 발표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날 최저임금 전원회의는 차등 적용 문제를 두고 격론이 벌어지면서 논의가 공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경영계 최초 요구안은 사용자 단체 사이에서도 협의되지 않았다"며 "일각에서 경영계가 동결 내지 3% 이하를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이는 정확하지 않은 자료"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