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셀코리아’가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의 외국인 지분율이 13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이 잇단 금리 인상에 나서고 원·달러 환율이 1290원을 돌파하면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간 영향이다.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지분율은 30.83%(17일 기준)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8월 18일(30.8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지분율은 2010년 이후 줄곧 30%대 중반을 유지해왔지만 올 들어 글로벌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서서히 떨어졌다. 발행 주식수 대비 비중은 지난달 23일 올 들어 최저치인 18.01%까지 떨어졌다가 18.2%까지 소폭 오른 상태다.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5238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잠시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달 들어선 딴판이다.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매도세로 변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4조227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해 전체로는 13조474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환차손 우려가 커진 게 외국인 매도세를 부른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은 올초 달러당 1191원80전에서 이날 1292원40전까지 치솟았다.최근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달러 강세 기조를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최근 기준금리를 연 1.50~1.75%로 종전 대비 0.75%포인트 올렸다. Fed가 다음달 0.5%포인트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 조만간 현행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1.75%)를 넘어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미국 금리가 높아져 달러 수요가 늘어나면 원화 가치는 하락한다.전문가들은 숱한 대외 악재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외국인 수급 문제가 단기간에 풀리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가 상승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 중국의 코로나 봉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서 비롯하고 있어서다.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한국 주식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 낮아 상대적으로 싸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주가 움직임 측면에서 보면 지금이 들어갈 적기라는 보다 분명한 시그널이 와야 한다”며 “한국의 대미 수출 환경이 개선되거나 원자재 수입 환경이 나아지는 등 가시적 변화가 나타나야 외국인들이 다시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삼성전자가 이달 들어서만 여섯 번째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올 초 7만8600원이던 주가는 순식간에 약 25% 급락했다. 지난해 1월 최고점과 비교하면 약 40% 미끌어진 상태다.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기에 민감한 IT 수요도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올 들어 외국인 내던진 물량만 약 8조원어치에 달한다. ‘십만전자’에 대한 희망을 품고 같은 기간 약 14조원어치를 대거 사들인 동학개미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측면에서 주가가 바닥에 가까워진 건 사실이지만, 거시 경제 상황이 최악을 내달리고 있는만큼 저점을 더 낮출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경기침체 역풍 맞은 삼성전자20일 삼성전자는 1.84% 하락한 5만8700원에 거래를 마쳤다.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거셌다. 이날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내던진 6653억원어치 물량 중 삼성전자 비중은 약 38.9%에 달했다.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49.0%)은 최근 6년여만에 50% 밑으로 떨어졌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미 중앙은행(Fed)이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글로벌 각국이 강력한 긴축 기조로 선회한 영향이 컸다. 급격한 금리 인상이 글로벌 경기 침체를 부를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자 외국인은 서둘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서 발을 빼고 있다.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등 IT 수요가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휴대폰, 가전 부문은 이미 수요 둔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BNK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2분기 휴대폰 판매량이 전분기 대비 16% 감소한 약 62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경기 둔화 여파로 중저가폰 수요가 예상보다 더 급감했다”며 “TV 판매량도 전분기 대비 약 14%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추정치 더 떨어질 것”삼성전자는 2분기 견조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5조2124억원으로 전년 대비 21.05% 늘어난 수치다. 아직까지 서버용 반도체 부문 수요가 견조한 덕분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미 올 하반기와 내년으로 옮겨갔다. 잇따른 반도체 ‘오더컷(주문 축소)’ 소식은 올 하반기와 내년 반도체 업황 부진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일부 중국 클라우드 업체의 오더컷, 인텔의 데스크톱 1분기 중앙처리장치(CPU) 출하량 급감(전년 대비 30%) 소식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부터는 반도체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올초 전망과 달리 오히려 4분기 반도체 가격은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최근 견조한 이익 전망치가 하락할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서둘러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 실적 전망치를 하향하는 증권사들도 등장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60조7000억원에서 58조3000억원으로,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49조7000억원에서 40조8000억원으로 18% 낮췄다.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4조8930억원에 달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거시 경제에 대한 우려로 삼성전자 실적 전망치에 대한 시장 신뢰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실적 추정치 조정이 큰 폭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닥 장담하긴 일러”전문가들은 현재 주가가 밸류에이션상 저점에 가깝지만 ‘진바닥’에 도달했다고는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센터장은 “현 주가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1~1.2배 수준으로 저점에 가까워졌지만 미국 기준금리는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만큼 주가는 계속 압박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5만2000~5만3000원까지도 내려갈 가능성도 제기됐다. 금융위기 수준인 PBR 1.07배에 해당하는 주가다. 코스피 지수도 2300선까지 내려갈 수 있는 수준이다. 김 센터장은 “현재 주가는 내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20%가량 감소한다는 가정을 반영한 것이지만 글로벌 경기의 침체 수준에 따라 저점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주가 반등은 유가 하락 시점과 맞물릴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수요 둔화가 주가를 누르고 있는만큼 근본 원인이 해결돼야 한다는 전망이다. 인수합병(M&A) 소식도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글로벌 기술기업의 주가가 대부분 반토막이 난만큼 저가에 M&A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외국인의 ‘셀코리아’가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13여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1290원을 돌파하고, 국제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지분율은 17일 기준 30.83%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었던 2009년 8월12일(30.8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유가증권시장 외국인 지분율은 2010년 이후 줄곧 30% 중반을 유지해왔지만 올해 들어 국제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서서히 낮아졌다.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코넥스를 합쳐 총 160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잠시 매수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이달 들어 물가 상승 우려가 되살아나면서 매도세로 변했다. 이달 들어 17일까지 4조80억원을 순매도했다. 올해 전체로는 17조6822억원을 순매도했다.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환차손 우려가 대두된 게 외국인 매도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 달러당 1191.8원에서 이날 1292.4원까지 치솟았다. 2009년 7월14일 이후 12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역시 올해 초 96.2에서 104.1까지 올랐다.최근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달러 강세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최근 기준금리를 1.50~1.75%로 종전 대비 0.75%포인트 올렸다. Fed가 다음달 0.5%포인트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 조만간 현행 한국은행 기준금리(1.75%)를 넘어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 금리가 높아져 달러 수요가 늘어나면 원화 가치는 하락한다.전문가들은 대외 악재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외국인 수급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국제적인 물가 상승을 일으키는 원인이 중국 봉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에서 비롯하고 있어서다.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한국 주식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 좋아 상대적으로 싸다는데는 이견이 없겠지만, 주가의 움직임(모멘텀) 측면에서 지금이 들어가기 적기라는 시그널이 와야 한다”며 “한국이 처한 교역환경, 즉 대미 수출 환경이 개선되거나 원자재 수입 환경이 나아지는 등의 변화가 나타나야 외국인들이 다시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강현기 DB금융투자 주식전략 파트장은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0.5%포인트씩 금리를 빠르게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유로화가 본격적으로 강세에 들어가면 달러는 약세에 접어들어 환율부담이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배태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