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2017년 추석 연휴가 끝나갈 무렵, 강원도 영월의 한 야산에서 유기된 참혹한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던 여중생 A양의 죽음이었다.

범인을 잡고 보니 희귀병 환자로 알려진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었다. 숨진 A 양은 이영학 딸의 친구였다.

대국민 사기 끝에 살인까지 저지른 이영학의 행적이 지난 17일 채널A '블랙: 악마를 보았다(이하 블랙)'를 통해 재조명됐다.

아내 몸에 욕설을 문신으로 새기고 성매매까지 강요하는 등 변태 성욕 성향을 보여온 이영학은 중학교 2학년 딸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범행 대상을 물색한 후 한 친구를 지목해 집으로 데려올 것을 지시했다.

2주간의 설득 끝에 결국 딸은 피해자를 집으로 유인했고, 아버지 이영학의 지시대로 친구에게 음료와 감기약으로 위장한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했다. 이영학은 딸을 내보내고 단둘이 남은 집에서 A 양을 성추행했으나 그가 깨어나 소리 지르자 목을 졸라 살해한 후 딸과 대동해 시신을 강원도 야산에 유기하고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영학은 사건 발생 10여년 전부터 자신과 같은 희소병을 앓는 딸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딸바보', '천사 아빠'로 매스컴의 인기를 탔다.

부녀의 안타까운 사연은 전 국민의 마음을 울렸고, 이영학이 받은 후원금은 개인 계좌로 받은 것만 12억 8000여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딸의 치료비로 쓴 금액은 706만원에 불과했다. 거액의 후원금은 이영학 본인의 쌍꺼풀 수술, 성기 변형 수술, 전신 문신 시술 등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학은 이 밖에도 가족 명의로 구입한 차를 본인 차로 부딪치는 허위 교통사고 등으로 7년간 약 30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지급받기도 했다.
"아빠 살려줘 아가" 이영학 추악한 범죄와 이중생활 재조명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영학은 지속해서 아내를 폭행했고, 1인 불법 마사지업소를 운영하며 아내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 또 아내의 성매매 현장을 불법 촬영해 그 영상을 판매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이영학은 2017년 6월경 강남구에 오피스텔을 임대하고 매트리스와 침대 등을 갖추어 놓고, 포털사이트를 통해 코스별 가격 등과 함께 연락처를 기재해 광고한 사실과 이를 보고 연락해 온 남성들을 상대로 유인하는 등 알선했다.

이영학 아내 최 모 씨는 8년간 이영학의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당했다고 경찰에 고소하고 몸속에서 DNA까지 확인됐으나 경찰 고소 다음 날 5층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자신은 며느리 손끝도 건드린 적이 없다고 하던 이영학 의붓아버지는 DNA가 적발되자 "성관계는 있었지만, 며느리가 유혹한 것이다. 성폭행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A 양 사망 한 달 전 최 씨는 이영학의 의붓아버지로부터 성폭행당했다고 신고한 지 하루 만에 사망했다.

이영학은 아내의 사망 소식을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렸다. 아내의 사진에 입을 맞추고 오열하며 노래를 부르는 등 애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 아내를 극진히 사랑했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아내가 추락하던 당시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은 달랐다. 119에 신고한 것은 지나가던 행인이었고 이영학과 딸은 3분이 지난 후 내려왔다.

딸은 심폐소생술을 받는 엄마를 슬쩍 본 후 집으로 들어간다. 3분이 지날 무렵 집에서 가져온 휴대전화를 아빠에게 건넸다. 그때부터 이영학은 아내가 심폐소생술 중임에도 생사에는 관심이 없는 듯 휴대전화만 붙잡고 있었다. 딸은 심폐소생술 중인 엄마를 두고 집으로 들어간 뒤 구급차가 떠날 때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영학은 최 씨를 태운 구급차가 출발하는 것도 쳐다보지 않고 계속 휴대전화만 쳐다봤다.

이영학은 아내 사망 3일 후 "커플이 되고 싶어요. 평생 행복하고 웃자. 동거 가능"이라는 글을 한 성인사이트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에 출연한 프로파일러 권일용은 "변태적인 성욕을 아내에게 풀어왔고, 아내가 사망하자 대신할 존재를 물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검찰은 이영학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1심 재판부도 사형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이 과정에서 이영학은 43차례의 반성문을 제출, 지속해서 감형을 요구했다.

형이 확정된 이영학은 반성은커녕 딸에게 수시로 편지로 "미용과 메이크업을 공부해라", "책을 쓰고 있다. 1년 정도 기다려. 우리가 복수하자"라고 는 내용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학은 딸에게 “아빠 살려줘야 해. 아가, 재판 때 우리 판사님한테 빌어야 해. (그래야) 우리 조금이라도 빨리 본다”고 적으며 딸이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조언했다. 또 “너무 걱정하지 마. 소년부 송치가 된다더라. 오히려 그곳은 메이크업, 미용 등 배울 수 있는 곳이야. 걱정하지 말고 기회로 생각해”라며 “할머니가 법원에서 이름 변경해 줄 거야”라고 개명을 암시했다.

권일용은 이영학에 대해 "교화 가능성이 단 1%도 없다"고 말했다.

친구를 집으로 유인해 결국 사망케 한 이영학 딸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장기 6년·단기 4년 형을 최종 선고받았다. 성실히 수감생활을 잘하면 4년 만에 나올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6년을 꽉 채워 형 집행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네티즌들은 "저런 흉악범을 우리 세금으로 편하게 먹고 자게 하는 게 공정한가", "흉악범죄에 교화는 의미가 없다. 피해자는 회복이 안 되는데 범죄자는 교화되어 새 삶의 기회를 받는다니", "교화 가능성이 없는 사이코패스들에게는 반드시 사형이 집행돼야 한다", "피해들과 그 가족들이 이런 내용을 알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분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