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입항 알고도 다른 선박 먼저 옮겨…"늦장조치로 항만안전 위협"
"알고도 묵인?"…부산 감천항 무단입항 선박 초기대응부터 부실
부산 감천항에 수용 중량의 스무 배가 넘는 대형 선박이 무단으로 들어온 것과 관련해 관계 당국이 초기 대응부터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부산항만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달 3일 부산 감천항 선기조합조선소 안벽 계류시설에 스톨트 그로인란드(2만5천881t)호가 무단으로 입항했다.

스톨트호는 선박수리를 위해 감천항 안벽 계류시설에 입항 허가를 신청했으나 선박 크기가 계류시설 수용 중량의 스무 배나 초과해 항만 당국으로부터 입항허가를 받지 못했다.

특히 이 선석에는 1천t급 선박 A호가 이미 접안한 상태였지만, 스톨트호는 이를 무시하고 무단 입항하면서 한동안 2척의 배가 함께 정박하기도 했다.

부산항만공사와 부산해양수산청 등 항만 당국은 당시 스톨트호 무단 입항 사실을 처음부터 인지하고도 즉각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특히 2척의 선박이 동시 접안한 상태에서 스톨트호 대신 A호를 다른 곳으로 옮겨 사실상 스톨트호의 무단 입항을 묵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대해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입항 허가를 반려했음에도 무단으로 입항한 선박을 강제로 쫓아낼 방법이 없었다"며 "스톨트호 선사 측에 수차례 선박을 옮겨줄 것으로 요구했으나 선사 측에서 이를 무시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스톨트호 대신 A호를 다른 곳으로 옮긴 것은 태풍철이 다가오면서 A호 대리점 측과 다른 곳으로 피항하기로 논의하던 중이어서 먼저 옮겼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알고도 묵인?"…부산 감천항 무단입항 선박 초기대응부터 부실
스톨트호가 좁은 선석에 무단 입항하면서 후미 접안을 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스톨트호가 접안한 선석은 안벽 길이가 100m가량인데, 스톨트호는 선체 길이가 180m에 달해 일반적인 측면 접안을 할 수 없어 후미 접안을 했다.

이 선석은 바람 등 기후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시설 안전상 후면 접안을 잘 하지 않는 곳이다.

결국 항만당국은 선석 수용 중량의 스무 배가 넘는 스톨트호의 무단 입항을 한 달 가까이 묵인하다가 지난달 27일에야 스톨트호를 감천항 서방파제로 옮기고 임시 입항 허가를 내줬다.

또 무단 입항 20여일이 지난 지난달 25일 스톨트호 선사를 항만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스톨트호가 크기가 워낙 커 안전상 우려 때문에 대체 선석을 먼저 찾느라 이송이나 고발 등 조치가 지연됐다"고 밝혔다.

부산항만공사와 부산해수청 등 관계기관의 이번 대응을 두고 항만 업계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항만업계 관계자는 "부산항을 총괄하는 부산항만공사와 부산해수청이 왜 무단 입항한 선박의 편의를 이처럼 많이 봐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부산항의 안전을 위협하는 해당 선박에 대한 엄격한 조치가 이뤄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