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세 순이 할머니가 '입덕부정기' 거쳐 '찐팬'으로 거듭나는 과정 그려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
트로트 가수 김연자의 대표곡 '아모르 파티' 속 메시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웹툰 주인공이 등장했다.

[웹툰 픽!] 덕질에 나이가 어딨어?…아이돌 눈뜬 할머니 그린 '팬인데 왜요'
웹툰 '팬인데 왜요'에는 올해 77세인 윤순이 할머니가 아이돌 팬이 되면서 즐거움과 자기 자신을 찾게 되는 이야기가 담겼다.

그간 가정을 돌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살아온 할머니는 70대가 되어서야 가까스로 여유를 찾았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 우울감에 빠진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아이돌 '라이트'의 노래를 듣고 위로를 받고, 이웃에 사는 초등학생 소진의 추천으로 '라이티'(라이트의 팬덤명)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된다.

물론 처음에는 손주뻘인 보이 그룹을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른바 '입덕부정기'에 빠지기도 한다.

용기를 내서 앨범을 사러 갔다가도 할머니가 아이돌 팬일 리 없다는 시선에 위축되고, 쓸데없는 데 돈 쓰지 말라는 남편의 호통에 주눅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아끼고 응원하는 마음에 나이를 정해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밤을 새워가며 '모이라이브'(브이라이브처럼 아이돌이 팬과 소통하는 생방송 채널의 작중 이름)에 가입하고, 음악방송을 실시간으로 보며 1위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윤순이 할머니는 한 걸음씩 '찐팬'(진짜 팬)의 길로 들어선다.

[웹툰 픽!] 덕질에 나이가 어딨어?…아이돌 눈뜬 할머니 그린 '팬인데 왜요'
이 작품은 흔히 '빠순이'로 격하되던 아이돌 팬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좋아하는 건데 왜 쓸모가 없어요', '기다리는 시간마저도 달았다'는 대사에서는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팬의 뿌듯하고도 충만한 심정이 읽힌다.

방탄소년단(BTS)을 뉴스에서 처음 봤지만 어쩌다 보니 '아미'가 된 40대, 뒤늦게 임영웅을 좋아하게 돼 난생처음 음악방송 문자 투표를 하게 60대 등 다양한 팬층의 마음을 대변하는 대사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또 소진이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24시간 스트리밍을 하지 않아도,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하지 않아도 모두가 팬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윤순이 할머니뿐만 아니라 10대에는 공부, 20대에는 연애, 30대가 돼서는 결혼과 육아, 내 집 마련 등 눈앞의 목표를 해치우느라 정작 자신이 좋아하던 것을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용기를 준다.

누군가의 팬이 되는 데에는 조건이 없다.

나이가 많아도, 앨범을 사지 못했더라도 멀리서나마 그들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응원한다면 이미 당신은 팬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네이버웹툰에서 매주 토요일 연재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