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 현장 갈 때 여경은 공부"…경찰 내부 '술렁'
경찰이 때아닌 ‘여자 경찰 특혜 논란’으로 내홍에 휩싸였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 총파업 대응 과정에서 한 지역 경찰 지도부가 남자 경찰에게만 과도한 업무를 맡겼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경찰청은 “특혜는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직장 커뮤니티에선 동조 글과 비판 글이 맞부딪치는 등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은 지난 1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자신을 경찰이라고 밝힌 A씨가 ‘경기남부경찰청 여자기동대 특혜 및 실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그는 “화물연대 파업이 강성 투쟁이라 많은 경찰관이 동원돼 하루 15시간 이상 근무하고 2~3시간 잔다”며 “주말도 없이 매일같이 집회에 출동하는 상황에서 여성 기동대는(3개 제대 중) 1개 제대씩 번갈아 가며 근무하고 2개 제대는 휴무고 주말엔 모두 휴식하며 철야도 안 한다”고 전했다. 그는 “여성 기동대인 6기동대의 근무는 ‘출동대기’”라며 “사무실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승진 공부하다가 넷플릭스 보고 부대에서 잔다”고도 했다.

승진은 오히려 여경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연말 심사승진도 남경이랑 여경이랑 공정하게 해야 해 성비 9 대 1조직에서 여성과 남성을 1 대 1로 승진시킨다”고 했다.

해당 글이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까지 급속도로 확산되자 경기남부청은 14일 해명문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경기남부청은 “집회 참가자의 성별을 고려해 출동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화물연대 파업에 남자 경찰 위주로 편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승진 불평등과 관련해선 “지난해 기동대에서 심사승진한 여경은 0명, 남경은 13명이었다”고 일축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선에선 불만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15일 블라인드에 올라온 ‘경기남부경찰청 경비계는 아직 정신을 못 차렸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경찰관 B씨는 “여성 기동대에서 승진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집회시위 등에 출동 자체를 안 하기 때문”이라며 “남경들이 기동대로 끌려오면 (다수의) 여경들은 파출소에 남아서 고과를 우수하게 받을 수 있어 시험으로 승진한다”고 비판했다.

파업 대응용으로 짠 무리한 스케줄이 이번 갈등의 진원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남부청의 총 14개 기동대 중 여경 기동대 1개를 제외한 13개 기동대가 의왕 내륙컨테이너 기지(ICD), 평택·당진항,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등에 투입돼 7일부터 12일까지 하루 평균 15시간씩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는 1주일 동안 하루도 쉬지 못한 중대도 있었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과거 파업 행태에 비춰볼 때 초기 극단적 행동이 나타날 수 있어 대비한 차원”이라며 “과거 시위 참가자 대다수가 여성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집회 같은 경우 여경이 출동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