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가격 상승에 수요도 위축…증설 물량 겹쳐 실적 둔화 우려
정유업계는 하반기에도 견조한 실적 예상…'표정 관리'
'수요부진·공급과잉·원가 부담' 삼중고에 석유화학업계 울상
국제유가 폭등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석유화학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원가 부담,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 그리고 증설 물량 증가에 따른 공급 과잉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하반기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16일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3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각각 8천833억원과 618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분기보다 각각 13.8%, 25.3% 감소한 것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전방 산업 수요 확대 등으로 회복세를 보였으나 하반기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로 인한 수요 위축, 글로벌 업체의 설비 재가동으로 인해 실적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석유화학의 기초 원재료인 나프타(납사)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원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은 "하반기 화학업종은 상반기에 이어 어려운 업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상하이 지역 봉쇄 해제로 6∼7월의 시황 회복은 가능하겠으나,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내 코로나19가 재확산할 경우 언제든 다시 봉쇄정책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중국이 주도하는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은 심화될 전망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에틸렌 생산능력은 2억550만t(톤)으로 추정된다.

올해 글로벌 에틸렌 증설 물량은 1천294만t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부진·공급과잉·원가 부담' 삼중고에 석유화학업계 울상
중국의 에틸렌 증설 물량은 올해 703만t, 내년 550만t으로 각각 전체 글로벌 증설량의 54%, 5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전망치가 잇따라 하향 조정됨에 따라 수요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석유화학 제품은 소비재, 자동차, 건설, 섬유 등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제품 수요가 글로벌 경제 성장률과 어느 정도 동행하는 경향이 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성장률 둔화, 각국의 플라스틱 사용 규제 강화, 중국의 높은 화학 제품 재고 수준 등을 고려하면 급격한 수요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고유가로 인한 원가 부담도 석유화학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나프타 가격이 동반 상승하며 석유화학 제품 전반에 걸쳐 스프레드(마진) 축소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나프타 국제가격은 t당 평균 884달러로 2014년 이후 최고 기록을 경신해 나프타분해시설(NCC) 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둔화됐다.

가격 상승분이 제품가에 일부 전가되며 가격이 오르기도 했으나, 제품 가격의 상승폭이 나프타 가격 상승에 미치지 못해 스프레드는 축소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스프레드가 유독 높았던 것을 고려하면 기저 효과로 인해 석유화학 기업들의 연간 영업이익 감소는 불가피하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업황이 저점에 가까워졌다는 판단도 나온다.

최영광 연구원은 "연중 유가 흐름은 2분기 고점을 기록하고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에는 유가 하향 안정화로 원가 부담이 낮아지고 수요가 개선됨에 따라 스프레드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GS칼텍스와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업체들은 고유가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과 정제마진 증대를 기대하며 표정 관리를 하는 중이다.

정유업계에서는 석유제품 수급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아 하반기에도 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유사 이익의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6월 첫째 주 기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22.87달러로 5월 첫째 주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24.2달러)에 다시 근접했다.

6월 첫째 주 정제마진은 작년 동기(1.4달러)의 16.3배 수준이다.

최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석유제품 수요는 높은 유가를 온전히 흡수할 수 있을 만큼 견조하다"며 "유가가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되면서 정제마진 강세도 완화되겠으나 향후 항공유를 중심으로 수요 증가 여력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