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일 공식 방한 마치고 출국…과거사 피해자·현장 방문조사 결과 발표
유엔특별보고관 "한국 정부, 인권침해 피해회복 강화해야"
파비앙 살비올리 유엔 진실·정의·배상·재발방지 특별보고관(이하 특별보고관)은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한국 정부가 더 힘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가 모든 과거사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회복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민주화 이후 과거 인권침해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면서도,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또 진실규명을 위해 기록 접근성이 좋아져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국가정보원, 경찰청, 내무부와 같이 인권침해 행위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정부 기관의 문서와 기록 보관소에 대한 접근이 부족해 진실규명 활동이 심각히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가해자에게 사법적으로 책임을 묻는 절차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가해자를 조사, 기소 및 제재하고 과거 인권침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처하는 일은 국가의 의무"라며 "모든 심각한 인권침해 범죄에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피해자가 별도 소송 없이 배상받을 수 있도록 포괄적인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모든 심각한 인권침해 피해자에게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배상하기 위한 국가 프로그램을 채택해야 한다"며 "재판에 승소하지 못한 피해자에 대해서도 소송비를 징수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또 정부가 모든 희생자에게 사과의 내용, 범위, 형식에 대해 충분한 협의를 거쳐 공식 사과하고, 명예 회복을 위해 사과 내용을 공식 기록물로 남길 것도 촉구했다.

아울러 과거 인권침해 재발 방지와 피해자 존엄성 회복을 위해 피해자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모든 피해자에게 심리·사회적 재활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나 전쟁포로 등 제3국이 직·간접 개입한 중대한 인권침해 문제는 제3당사국이 책임 규명, 배상, 피해 기념사업에 협력하고, 한국 정부도 이들 정부가 피해자 구제 조처를 하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하라고 주문했다.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대부분 한국 피해자들이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배상과 명예회복은 급선무"라며 "정부는 시간과 자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이달 8일부터 15일까지 한국을 찾아 과거사 문제와 관련된 정부 부처 관계자와 면담을 하고 피해자·시민단체와 만났다.

선감학원, 대전 골령골 등 한국의 대표적인 과거사 현장도 방문했다.

특별보고관은 각 국가를 방문해 해당 국가의 과거사 청산 전반을 살핀 뒤 보고서를 발표하고, 피해자들의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국제기준과 권고를 수립한다.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2023년 유엔 인권이사회에 이번 방한에 관한 최종 보고서를 제출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