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교 변호사의 상속분쟁 A-Z’는 날로 늘어가는 상속분쟁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을 법리와 사례를 통해 살펴봅니다. 최근 자산가치가 급등에 따라 상속재산 가액도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른 상속인들 간의 분쟁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법무법인 바른의 상속분쟁 전문가인 이응교 변호사가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상속분쟁 동향, 분쟁 방지를 위해 고려해야 할 점, 분쟁 발생 시 대응법 등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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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상속인의 직계비속과 배우자의 유류분은 그 법정상속분의 1/2이고, 직계존속과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그 법정상속분의 1/3이다. 법에 나와 있는 정의다. 이렇게 보면 유류분은 매우 간단하다. 누구나 손쉽게 유류분을 계산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세 명의 자녀를 상속인으로 둔 망인이 특정 자녀에게 18억 원의 부동산을 증여했다고 하자. 이를 받지 못한 나머지 자녀 2명은 그 법정상속분 1/3에 1/2을 곱한 1/6만큼의 유류분이 있으므로, 각 3억 원의 유류분이 인정될 것 같다.

문제는 이렇게 간단히 계산되는 유류분 사건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망인의 상속재산이 위 부동산뿐이고, 그 외 망인이 생전에 자녀들에게 증여한 재산이 하나도 없는 경우 등 여러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위와 같은 간단한 산식이 맞아떨어진다. 실제 현실은 복잡하다.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인정될 유류분액이 얼마일지는 판결이 나와 봐야 알 정도로 예측 가능성이 작다. 가장 큰 이유는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이라는 개념 때문이다.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은 망인이 특정 자녀에게 증여한 18억 원의 부동산만이 아니다. 망인의 사망 당시 일부 재산이 남아있다면 그것도 포함된다. 여기에 생전에 다른 자녀 2명에게 증여한 재산이 있다면 그것도 포함된다.

이러한 증여재산의 범위에는 부모가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 지출하는 통상적인 비용을 넘어서는 것이 포함된다. 부동산이나 많은 현금 등을 증여한 경우뿐만 아니라, 특별한 경우 학자금과 결혼 비용 등을 지원한 것도 증여재산이 될 수 있다.

증여재산 즉 특별수익의 범위를 정하는 건 쉽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특별수익은 망인의 생전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고 특별한 처분문서를 남기지 않는 가족 간 거래의 특성 때문에, 그 입증 여부도 관건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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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여기에는 증여재산의 가액을 평가하는 시점도 문제 된다.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은 상속개시 시점 즉 망인의 사망시점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이것이 일반인의 오해를 가장 크게 불러일으키는 부분이다.

예컨대 망인의 사망 10년 전에 10억 원 가치의 부동산을 증여받은 상속인이 그 부동산을 2년 뒤 12억 원에 팔았다고 해보자. 망인 사망 시점을 기준으로 그 부동산의 가액이 20억 원이 되었다면, 그 상속인은 망인으로부터 20억 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계산한다.

즉, 그 상속인이 유류분 반환청구의 피고가 되었다면 망인으로부터 20억 원을 증여받은 사실을 기초로 유류분을 반환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국내 법원이 공동상속인인 수증자의 경우에는 증여가 망인의 사망 시점으로부터 1년 이내에 발생하였는지 여부 등을 불문하고 모든 증여재산을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으로 산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증자가 상속개시 당시 수증재산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따지지 않는다. 법원은 상속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수증재산의 가액을 평가한다는 입장을 확립하고 있다.

피상속인의 사망 10년 전에 장남에게는 10억 원의 주식을, 차남에게는 10억 원 가액의 부동산을 증여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장남의 주식은 10년 후 가치가 폭락해 피상속인의 사망 시점에 5억 원이 됐다. 반면, 차남의 부동산은 10년 후 시가가 폭등해 20억 원이 됐다.

이 경우 유류분 계산에 있어 장남은 5억 원을 특별수익한 것으로, 차남은 20억 원을 특별수익한 것으로 각각 계산된다. 이는 장남이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이미 10억 원에 주식 전부를 처분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장남이 주식 매도금인 10억 원을 부동산 투자해 현재 30억 원 가치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이처럼 다소 불합리해 보이는 유류분 계산 방식은 피상속인의 생전 증여를 상속분의 선급으로 이해하는 관념과 연결해 이해할 수밖에 없다.

즉, 피상속인이 해당 증여재산을 상속개시 당시까지 보유하고 있었다면 상속인들은 그 증여재산의 현재 가액에 상당하는 가치를 나누어 누렸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유류분 반환의 범위를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을 평가하는 시점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상속사건의 실무에서 유류분 반환청구의 피고를 대리하는 변호사의 역량은 상속개시 당시 증여재산 가액의 평가가 정당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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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피상속인으로부터 지목이 ‘답’인 토지를 증여받았는데, 그 이후 수증자의 노력과 비용을 들여 지목을 ‘대지’로 변경한 경우가 있다. 이 증여재산은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에는 지목이 ‘대지’로서, 대지인 토지로 그 가액이 평가될 것이다.

피상속인으로부터 재건축을 앞둔 구축 아파트를 증여받은 경우는 어떨까. 구축 아파트를 증여받은 이후 재건축이 진행되고, 수증자가 자기 비용으로 분담금을 내고 신축 아파트를 받은 이후 피상속인이 사망했다면,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의 신축 아파트의 가액이 증여재산의 가액으로 평가될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론은 매우 불합리하다. 망인의 증여재산에 수증자의 비용과 노력을 추가해 현재의 가치를 이룬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법원은, 자기 비용으로 증여재산의 성상(性狀) 등을 변경해 상속개시 당시 가액이 늘어나 있는 경우에는 증여 당시의 성상 등을 기준으로 상속개시 당시의 가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법리를 확립하고 있다.

즉, △답인 토지를 대지로 변경하면서 △구축 건물을 재건축된 신축 건물로 변경하면서 △수증자의 노력과 비용이 들어갔다면 그만큼은 현재의 가치에서 공제해 계산한다는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s in the detail)’는 말이 있다. 모든 사건이 그렇지만 상속사건의 경우 특히나 디테일에 유류분 계산의 함정이 숨어 있다.
10년 전 증여받아 매도한 5억 아파트, '20억 증여' 받은 거라고? [이응교 변호사의 상속분쟁 A-Z]
이응교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제42기 사법연수원 수료
서울대금융법무과정 제8기 수료
가족법학회 회원
상속신탁연구회 회원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