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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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효도의 기준은 '효도 관광'이었다.

요즘은 중장년층 사이에서 부러움을 사는 새로운 효도 트렌드가 등장했다. 바로 자식들이 '임영웅 콘서트 티켓'을 구해주는 것이다. 티켓 예매 사이트 '예스24'는 예매 당일 오후 8시만 되면 먹통이 된다. 지난 5월6일부터 시작된 임영웅 전국 투어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기 위해 중장년 팬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자식은 물론 자식 친구들까지 동원한 '티켓 전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K팝 아이돌의 전유물이던 콘서트 티켓 전쟁이 트로트 시장으로까지 확산됐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인기를 얻은 가수 임영웅이 본격적으로 대면 공연을 하자 벌어진 현상이다. 온라인 예매 시스템이 낯선 40대 이상의 중장년 팬들을 위해 자식세대인 2030이 가세했다. 이른바 '대리 예약' 전쟁이다.
중고거래 사이트에 등장한 임영웅 콘서트 티켓 캡처. 임영웅 사진은 물고기뮤직 제공
중고거래 사이트에 등장한 임영웅 콘서트 티켓 캡처. 임영웅 사진은 물고기뮤직 제공
지난 2일 오후 8시부터 시작된 인천 콘서트 티켓은 불과 10분도 안돼 2만6000석 전석이 매진됐다. 이날 뿐만이 아니다. 앞서 고양, 창원, 광주, 대전 등 4개 도시 티켓도 취소표를 구하기도 힘들 정도로 치열한 예매전쟁을 치렀다. 인터넷 사용이 서투른 중장년층의 불만이 더욱 커졌다. 한 팬인 박모(55)씨는 "지인들에게 부탁해 예매를 시도 했지만 어김없이 실패했다"며 "새벽 시간에 취소표라도 혹시 나올까 예매 사이트를 들락날락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웃돈을 받고 파는 '티켓 되팔이'도 성행하고 있다. 중고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에 '임영웅'만 치면 티켓을 양도 한다는 글이 수십개가 나온다. 한 장에 15만4000원인 VIP 좌석 티켓을 30만원에 2배 가량 웃돈을 붙여 판매하기도 했다.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자 불법 프로그램을 통한 매크로 예매도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임영웅 티켓 암표 글 캡처.
임영웅 티켓 암표 글 캡처.
이에 임영웅 소속사 물고기뮤직 측은 지난 4월 공지를 통해 "공식 예매처를 통해 불법 프로그램 사용 및 악의적 사용의 목적으로 진행된 예매 내역을 체크하고 있다"며 "해당 예매 건에 대해서 강제 취소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두달이 지난 지금도 '티켓 되팔이'를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개인 간의 직거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 및 기타 비공식 경로를 통해 구매한 티켓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거래 당사자에게 있다"며 "반드시 공식 예매처를 통해서만 티켓을 구매할 것을 당부 드린다"고 말할 뿐 별다른 대책을 내지 않고 있어 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