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현 우석대 교수, 논문서 주장…"두견새·진달래 등 새로 찾아"
"경복궁 자경전 십장생굴뚝서 동식물 문양 추가 확인…총 20종"
조선시대 궁궐 굴뚝 중 가장 아름다운 유물로 꼽히는 보물 '경복궁 자경전 십장생굴뚝'에 있는 문양이 기존에 알려진 15종 안팎보다 더 많은 20종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6일 학계에 따르면 노재현 우석대 교수는 한국전통문화대가 펴내는 학술지 '한국전통문화연구' 제29호에 낸 논문에서 자경전 십장생굴뚝을 분석해 일부 동식물 문양의 정체를 새롭게 제시했다.

자경전 십장생굴뚝은 1888년 재건된 자경전의 뒤쪽 담 일부를 돌출시켜 만들었다.

가로 307㎝, 세로 87㎝인 십장생 문양을 중심으로 위아래에 학, 박쥐, 불가사리 무늬를 배치했다.

노 교수는 십장생 문양이 십장생을 주제로 한 왼쪽 영역과 십장생과 부합하지 않는 오른쪽 영역으로 나뉜다고 주장했다.

넓이는 왼쪽 영역이 대략 70%를 차지한다.

자경전 십장생굴뚝 연구가 그동안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 노 교수는 문헌 연구와 현장 관찰을 통해 굴뚝 문양을 조사했다.

그는 왼쪽 십장생 영역에 동물 3종, 자연물 4종, 식물 5종이 있는 것으로 봤다.

구체적으로 동물은 학·사슴·거북이고, 자연물은 해·구름·물·돌이다.

식물은 대나무·소나무·영지(불로초)·국화 외에 모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자들이 구름으로 생각하는 문양 중 일부도 모란의 겹꽃잎과 암·수술을 형상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경복궁 자경전 십장생굴뚝서 동식물 문양 추가 확인…총 20종"
노 교수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십장생과 관련이 없는 오른쪽 영역이다.

그는 이 영역의 날짐승은 물총새·청둥오리·두견새이며, 식물은 연·포도·조뱅이·진달래·쇠뜨기라고 주장했다.

그중 연과 포도를 제외한 동식물은 정체가 거의 논의된 바가 없다고 노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조선시대 회화나 조각에서 물총새는 자손 번창이나 많은 자식을 상징한다"며 "새를 종류별로 두 마리씩 배치한 것은 음양합일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이어 "조뱅이, 진달래, 쇠뜨기는 모두 강한 생명력을 보이는 식물"이라며 "연과 포도가 주인공 역할을 하는 것과 달리 세 식물은 조연으로서 장수를 희구하고 자손이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노 교수는 자경전 십장생굴뚝에서 십장생 외에 다양한 문양이 확인된다는 점에서 굴뚝 명칭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고, 문양들이 민화 성격이 강한 '장생화조도'(長生花鳥圖)와 전반적으로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