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3일 서울 남영동 크라운제과에서 열린 ‘임금피크제 운영 사업장 현장방문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3일 서울 남영동 크라운제과에서 열린 ‘임금피크제 운영 사업장 현장방문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 판결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달 26일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결한 뒤 대기업 노조가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을 위한 소송단 모집에 나서는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조합원들에게 “(임금피크제에 대해) 적극적인 폐지나 보완 대책을 요구해야한다”는 입장을 내려보냈다. 로펌 중에선 소송 증가에 대비해 임금피크제 대응팀을 구성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거세지는 임금피크제 후폭풍

한국노총은 지난 2일 산하 조직에 ‘임금피크제 관련 대법원 판결 대응 방향’이란 지침을 내려보냈다. 한국노총은 지침에서 조합원들에게 “(임금) 소멸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해 즉각 노조 명의의 최고장·공문을 (회사에) 발송하거나 개별 조합원 명의로 내용증명을 보내라”고 했다. 또 “신규 임금피크제 도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도입을 저지하라”고 했다.

소송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한국노총 계열의 한 산별노조 관계자는 “지회들로부터 임금피크제 소송 문의가 밀려오는 상황”이라며 “조합원 개개인의 의뢰는 파악조차 쉽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 차원에서 대응에 나설 경우 집단 소송으로 할지, 개별 소송으로 할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대법원 판결을 반기며 임금피크제 폐지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이런 분위기는 개별 기업노조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달 26일 사측에 임금피크제에 대한 입장을 설명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국민은행 노조도 법적 검토 후 곧 임금피크제 관련 소송인단을 모집할 방침이다. 현재 하급심에서 노조를 대리해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을 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고령자고용법 위반’에 초점을 맞춰 소송 전략을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성덕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대표 변호사는 “특히 금속, 화학 등 제조업 분야 사업장에서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한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경우가 많다”며 “연령을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이 밝혀질 경우 곧바로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단협에서도 핵심 쟁점될 듯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중공업 등 상당수 대기업에서는 매년 임단협 때마다 임금피크제 폐지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고 있다. 이 때문에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향후 임단협에선 노조가 먼저 임금피크제 무효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계열사 노동조합들로 구성된 금속노련 삼성그룹사 연맹은 소속 노조들에 “회사에 임금피크제에 대한 특별 교섭을 요구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노조가 우선 임금피크제 폐지·삭감률 완화를 요구하고,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송에 돌입할 가능성 높다”며 “정년유지형인지, 업무 경감 등 임금피크제에 상응하는 조치가 있는지, 근로자들의 불이익이 어느 정도인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법원 판단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아 소 제기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을 무기로 다른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금융권 노조에서는 희망퇴직금 인상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며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이 희망퇴직금 인상 등을 유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법조계는 소송 증가에 대비해 전담팀을 구성하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은 임금피크제 대응팀을 구성하고 10일 ‘임금피크제에 대한 기업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웨비나를 열기로 했다. 법무법인 세종도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9일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 개최 형식으로 세미나를 열기로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