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선수뢰 혐의 부인…검찰 "청탁 있었다"

1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업가로부터 '짝퉁' 골프채를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현직 부장판사가 26일 법정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인천지법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첫 재판에서 알선뇌물수수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53) 부장판사의 변호인은 "검찰 공소 내용의 배경 중 상당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조잡한 짝퉁 골프채는 '연습용으로 써보라'고 차량에 실어 준 것으로 바로 돌려주겠다는 의사 표시를 한 뒤 (실제로) 돌려줬다"며 "청탁도 없었고 대가성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A 부장판사에게 짝퉁 골프채 등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 등으로 기소된 마트 유통업자 B(53)씨 등 공범 2명도 함께 재판을 받았다.

A 부장판사 등 3명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소됐으나 5개월 만인 이날 첫 재판이 열렸다.

B씨의 변호인도 "공무원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준 적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회색 양복을 입고 피고인석에 앉은 A 부장판사는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확인하는 재판장의 인정 신문에 담담하게 답했다.

"직업이 뭐냐"는 재판장의 물음에는 "법원 공무원"이라고 말했다.

A 부장판사는 2019년 2월 22일 인천시 계양구 한 식자재 마트 주차장에서 B씨로부터 52만원 상당의 짝퉁 골프채 세트와 25만원짜리 과일 상자 등 총 77만9천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사기 사건 재판에서 선고 날 법정 구속이 될지 알아봐 달라"는 B씨의 부탁을 받고 법원 내 사건 검색시스템에 접속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법정에서 2018년 9월 B씨가 사기 사건 선고 공판을 앞두고 A 부장판사에게 "법정 구속될지 알아봐 달라"며 "미안하다.

부탁해서. 마음이 너무 불안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B씨 사건의 선고 공판이 열린 당일 법원 사건 검색 시스템에 접속한 A 부장판사는 이후 "법정구속 면할 것이니 걱정말고 갔다 와"라고 B씨에게 답장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 부장판사는 2010년 고향 친구를 통해 B씨를 소개받아 알게 된 이후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부장판사가 마트 운영과 관련한 각종 사기 사건으로 여러 차례 징역형을 선고받은 B씨의 전력을 알고도 후배 변호사를 소개해 주는 등 평소 긴밀하게 도움을 주고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기 사건 항소심에서 B씨가 무죄를 선고받자 감사의 표시로 골프채 등을 A 부장판사에게 줬고, A 부장판사도 명시적이나 묵시적으로 이 같은 청탁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주장했다.

앞서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작년 6월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으로 A 부장판사에게 감봉 3개월과 징계부가금 100여만원 처분을 했다.

애초 A 부장판사가 받은 골프채는 수천만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감정 결과 '가짜' 판정을 받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고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해 8월 대법원 법원행정처를 압수수색하고 징계 관련 서류 등을 확보해 수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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