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린 몰입형 전시장 ‘빛의 시어터’ 개관 기념 프리뷰 행사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전시장 측은 첫 전시로 20세기 화가인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을 재해석한 ‘구스타프 클림트, 골드 인 모션’을 기획해 27일부터 선보인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가 환경부 산하 기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친환경성을 공식 인증하는 ‘환경 표지’를 취득했다. ‘환경 표지’는 재료와 제품을 제조, 소비, 폐기하는 전 과정에서 오염물질,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자원과 에너지 소비를 절약하는 등 ‘환경성’을 개선했다고 인정되는 제품과 서비스에 부여되는 환경부 공식 인증제도다. 지난 3일 ‘워커힐 호텔 서비스 환경표지 인증서 수여식’에 참석한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김종환 본부장(좌)이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현몽주 총괄(우)에게 ‘환경표지’ 인증서를 수여하고 있다.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제공
구스타프 클림트는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화가 중 한 명입니다. 오늘날 관람객은 화려한 색상으로 무장해서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의 작품에 매료됩니다.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로틱한 느낌은 찬사와 인기의 요인으로 높이 평가받습니다. 그의 작품을 두고 퇴폐의 상징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는 찾기 힘듭니다.하지만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일부 그의 작품은 비난과 질시의 대상에서 그치지 않고, 남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꼭꼭 숨겨지거나 심지어 불에 태워지기까지 했습니다. 그에 따라 오늘날 현대인들은 흑백 사진으로 남은 이미지를 통해 원래의 색상을 상상할 수밖에 없는데요,첨단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소실된 작품의 원래 색상을 복원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최근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구글의 '클림트 컬러 에니그마 프로젝트(The Klimt Color Enigma)'를 상세히 소개했습니다.이 프로젝트가 복원하고자 하는 대상은 클림트의 3대 걸작으로 불리는 '의학', '법학', '철학'이라는 작품입니다. 애초 빈대학 대연회장(Festsaal) 천장에 설치하기 위해 주문됐던 이들 작품은 당시로선 매우 파격적인 소재와 구성, 표현방식 등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점잖은 학교의 고상한 학문을 품위 있게 표현해 주길 바랐단 주문자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그림이 나왔기 때문입니다.결국, 이들 그림들은 개인들의 소장품으로 넘겨졌고 2점은 유대인 미술품 수집가가, 1점은 오스트리아의 한 미술품 갤러리에서 사들였습니다. 문제는 4×3m 크기의 이 대형작품이 나치 시대에 퇴폐 미술로 찍혀서 나치에 몰수됐습니다. 클림트의 작품들은 무더기로 오스트리아의 임멘도르프 성에 쌓여있다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불과 하루 전날 밤 SS장교들에 의해 불태워졌습니다. 위대한 화가의 작품 원본은 영원히 사라졌고, 흑백 사진과 그림을 설명하는 글들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예전 같으면 안타까워하고 아쉬워만 할 일이었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은 그림의 원래 상태가 어땠을지를 찾아내고, 이를 복원하려는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2011년부턴 실제로 '의학', '법학', '철학'의 원래 색상을 디지털로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 프로젝트가 손에 든 물감과 붓은 바로 첨단 컴퓨터와 AI입니다.AI가 원작의 복원을 위해 활용하는 빅데이터는 남아 있는 클림트의 작품들입니다. 유럽 주요 미술관들에 소장된 클림트의 주요 작품들을 고해상도로 스캔해 흑백 사진으로 남아 있는 소실작품에 어떤 색상, 어떤 기법으로 그림이 그려졌을지를 추론해 내는 것입니다.수백만 개 물체의 실제 이미지와 구글의 예술품 데이터베이스도 동원돼 사라진 원작을 되살리는데 동원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클림트의 작품을 복원하는 알고리즘은 개선에 개선을 거듭한다고 하는데요. 그림을 수동으로 채색하는 대신 클림트의 기존 작품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그의 채색 스타일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흑백 사진 위에 색상을 덧입힌다고 합니다.과학기술의 발전은 지금은 볼 수 없는 명작의 색상까지 재현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과연 복원된 그림은 사라진 원본과 얼마나 같을까요. AI가 재현해낸 색상은 원본의 감동을 전할까요.과학기술의 발전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리기아의 왕 미다스는 무엇이든 손에 닿기만 하면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능력을 신에게서 부여받고 무척 행복했다. 그러나 음식이나 술잔, 꽃 심지어 사랑스러운 딸 오렐리아 공주까지 금으로 변해버리자 왕은 큰 슬픔에 빠졌다. 왕은 신성한 팍톨로스 강물에 몸을 씻고서야 비로소 황금을 만드는 손의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황금의 손을 가진 미다스 왕 이야기는 금을 향한 인간의 집착이 얼마나 강한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금을 숭배하고 소유하기를 갈망하는 인간의 심리를 작품에 반영해 거장이 된 예술가가 있다. 오스트리아의 국민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다. 그의 대표작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은 황금이 사용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럼 작품을 감상하면서 황금으로 그려진 그림의 탄생 배경을 살펴보자.이 그림은 ‘레이디 인 골드(황금의 여인)’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다. 그만큼 황금이 풍부하게 재료로 사용됐다. 클림트의 초상화 중 가장 많은 금이 사용된 작품이기도 하다. 초상화 속 모델은 오스트리아의 부유한 사업가 페르디난트 블로흐의 아내 아델레다. 블로흐는 자신의 부와 사회적 지위, 예술적 취향을 아내의 초상화를 통해 과시하기를 원했다. 블로흐의 마음을 꿰뚫어 본 클림트는 자신이 창안한 황금장식기법으로 아델레를 화려하게 장식해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켜줬다. 황금장식기법은 금과 다양한 문양을 결합해 호화롭게 장식한 표현기법을 말한다.황금장식기법의 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난다. 먼저 황금은 부와 권력, 아름다움, 불멸의 상징으로 인간이 숭배와 경의를 바치는 대상이다. 중세시대 화가들은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를 그릴 때 외경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물감 대신 순금가루를 사용해 화려하게 치장했다. 클림트는 귀하고 사치스러운 황금을 풍부하게 사용해 현실의 여성인 아델레를 비현실적 세계에 존재하는 숭배의 대상으로 격상시켰다.또한 화려한 문양은 여성의 관능미를 강조하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한다. 아델레의 얼굴과 목, 손, 발을 제외한 몸은 다양한 문양으로 장식됐다. 드레스를 장식한 독특한 문양들은 고대 이집트와 고대 그리스 디자인에서 가져왔다. 배경에는 직사각형 문양과 기하학적 도형, 동심원 문양, 꽃과 식물 문양이 사용됐다. 클림트가 황금장식기법을 창안한 계기는 무엇일까.클림트는 금 세공사였던 아버지가 금의 무게를 재고 금 세공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금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느꼈다. 또 1903년 이탈리아의 도시 라벤나를 두 차례 방문한 여행 경험을 통해 영감을 받았다. 클림트는 산 비탈레 성당의 제단 벽면을 장식한 비잔틴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와 황녀 테오도라의 모습을 담은 황금빛 모자이크를 보고 황금이 신성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미술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클림트는 많은 연구와 실험 끝에 황금빛 모자이크로 장식된 혁신적 화풍을 창조했다.하지만 장식성이 강한 클림트 화풍은 처음에는 오스트리아 예술계의 비웃음을 받았다. 보수적이며 권위적인 미술계는 과도하게 장식된 그림에 대해 예술성과는 무관한, 단지 예쁜 그림에 불과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장식미술을 범죄 행위로 보는 비평가도 있었다. 클림트는 순수미술과 장식미술의 융합으로 새로운 미술의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었다. 황금장식기법은 인간의 본능인 관능적 욕구를 아름답게 승화시킨다는 자신의 예술관을 구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었다.독창적인 황금장식기법으로 에로티시즘 미학을 구현한 클림트의 작품들은 뒤늦게 미술계의 인정을 받았고 대중적 인기도 누렸다. 고품격 에로티시즘을 보여준 클림트의 초상화에 빈 상류층 여성들이 열광했다. 사교계 여성들이 경쟁적으로 클림트에게 초상화를 주문한 덕분에 그는 오스트리아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유명화가가 됐다.황금장식기법의 최고 걸작인 이 그림은 세계적인 화장품회사 에스티 로더의 로널드 로더 회장이 2006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세계 최고가인 1억3500만달러(약 1500억원)에 구입해 더욱 유명해졌다. 또한 이 그림의 상속녀인 아델레의 조카 마리아 알트만이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8년의 법정 투쟁 끝에 유산을 되찾았던 실화를 바탕으로 사이먼 커티스 감독의 영화 ‘우먼 인 골드’가 2015년 개봉돼 화제를 낳았다.이명옥 < 사비나미술관 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