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시민단체 회견…사상자 보상·치료, 경영책임자 엄중처벌 촉구
사고원인 '가스역류'와 '원·하청 간 소통차질' 거론…"대피공간 없어"


에쓰오일 폭발사고, "시운전 중 밸브 작동하지 않았다"...'책임은 원청인 에쓰오일"

‘중대재해없는 울산만들기 운동본부'는 24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명의 사상자를 낸 에쓰오일 폭발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경영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운동본부는 당시 사고현장에 투입된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상 조사를 한 결과, "시운전 중 폭발사고가 일어났다는 에쓰오일측 주장과 달리, 현장에서는 시운전 중 밸브가 작동하지 않아 밸브 정비작업을 하던중 가스가 누출되면서 폭발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사고현장에는 원청 4명과 하청업체 6명이 투입됐다. 가스누출로 인한 화재및 폭발로 하청 노동자 1명이 숨지고, 9명은 중화상을 입었다.

지난 19일 사고현장에 투입된 하청업체는 아폴로로, 에쓰오일이 알킬레이션 공정의 부탄 컴프레서 후단 밸브 고착해소를 위한 정비작업을 요구해 이날 오후 8시경 작업인력이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작업자들이 가스측정기로 잔여가스를 확인하며 볼트를 풀던중 갑자기 가스감지기가 울리며 가스새는 소리가 심해지더니 약 20~3-초후 폭발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운동본부측은 "결국 사망자 1명은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사고가 발생한 6층에서 추락해 숨졌고, 나머지 4명은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며 " 정비작업중 가스가 누출된 경위에 대해 집중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운동본부측은 사고 현장과 연결된 탱크에 가스가 유입되면서 탱크 내부 압력이 높아져 자동으로 가스가 역류됐을 가능성과, 원·하청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컨트롤룸에서 가스 공급장치를 가동했을 가능성 등을 제기했다.

운동본부는 "위험작업인데도 불구하고 작업현장에서는 원청 에쓰오일의 작업관리자도 없었고 작업자들이 위험시 대피할수 있는 공간도 확보돼 있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잔류가스 배출이나 작업중 가스 누출을 막을수 있는 권한은 하청 노동자에게는 없다"고 전했다.

운동본부는 "원청 에쓰오일은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지만, 정작 유족 부상자 사고 현장 노동자들에게는 어떤 사과도 없었다"며 "에쓰오일은 폭발사고 사망자와 부상자에 대한 치료 보상에 최선을 다하고, 사고 현장을 목격한 노동자에 대한 트라우마 치료에도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정부와 울산시에 대해 국가산단 폭발사고에 대한 안전체계를 확립하고 , 노후 산단 특별법 제정에도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에쓰오일은 고용노동부에 사고 공정에 대한 ‘긴급 안전조치’를 신청했다. 이는 사고 현장에 남아있는 잔류 가스를 제거하고 추가 가스 누출을 방지하는 작업을 위해 노동부에 허가를 구하는 절차다.

현재 노동부가 내린 작업중지 명령으로 사고 공정 출입은 전면 금지된 상태다. 이에 공정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후속 작업을 허락해달라고 에쓰오일 측이 요청한 것이다.

모든 안전조치를 마친 뒤 소방당국과 노동부는 안전진단을 실시할 예정이다. 사고 공정은 폭발 충격이 컸고 20시간 정도 화염에 노출돼 아직 안전성이 완전히 확보되지 않았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기관은 모든 안전조치가 끝나고 합동 감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증거 수습과 분석 등의 절차를 거쳐 폭발과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데까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