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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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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의 발언을 모두 기록해 보존하자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아울러 현행 최저임금법이 규정하고 있는 업종별 구분적용을 원천금지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최저임금 심의에 개입한다고 비판하는 노동계와 야당이 법 개정을 통해 경영계를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수진 민주당 의원(비례)은 지난 17일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별로 구분할 수 있게 돼있는 현행 최저임금법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2항의 '사업의 종류별 구분은 제12조에 따른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한다'는 규정을 없애자는 것입니다.

1988년 제정된 현행 최저임금법이 사업의 종류별 최저임금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제도 시행 첫 해를 제외하고는 적용되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라는 게 이 의원측 주장입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초기 최저임금이 2년새 30% 가까이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을 느낀 소상공인 등을 중심으로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은 이런 소상공인들의 호소를 받아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때마다 업종별 구분적용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 아예 관련 규정을 삭제하겠다는 것이지요.

같은 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 의원의 개정안 발의를 적극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습니다. 한국노총은 논평에서 해당 법안을 '최저임금 차등적용 방지법'이라 칭하며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모든 노동자에게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최저선을 보장해야 한다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그동안 경총 등 사용자단체가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반복해온 주장"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그러면서 "수년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표결을 진행했으나 계속 부결됐음에도 동일 사안에 대해 수차례 투표를 진행한 것도 사용자단체가 억지 주장을 펼치며 최저임금 수준 심의를 지연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개정안에서 또 눈에 띄는 대목은 제17조 2항(위원회 회의록)을 신설하는 내용입니다. 즉 '위원회는 △개의, 회의 중지 및 산회(散會)의 일시 △의사일정 △출석위원의 수 및 성명 △출석위원의 발언 △표결 수 등을 적은 회의록을 작성·보존해야 한다"는 규정을 넣자는 것입니다.

개정안대로라면 앞으로 최저임금위원회는 회의 때마다 어떤 위원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 등을 일일이 속기록에 기록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최저임금위원회 회의록을 속기로 작성하고 보존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해 최저임금 심의와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회의록 속기가 향후 '인민재판'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최저임금위원회 특성 상 노동계는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주장하고 경영계는 인상 자제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데, 회의록이 기록 또는 공개될 경우 경영계의 발언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향후 이 의원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어떻게 논의될지 주목됩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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