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불법 집회·시위를 벌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비롯한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등의 일탈 행위에 대해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경찰은 앞으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시위에 엄정 대응을 예고하는 등 불법 집회·시위에 대한 사법처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10월부터 연말까지 세 차례에 걸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및 감염병예방법 등을 위반해 집회를 벌인 민주노총 조합원 등 143명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전원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10일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구속해 검찰에 넘겼고, 올 1월 불법집회 참가자 25명도 이번주 내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경찰은 대선 전인 지난 1~2월 14건에 불과하던 불법 시위·집회 사범 사법처리 건수를 3~4월 44건으로 끌어올리는 등 수사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이달 18일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위반하고 SPC삼립 충북 청주공장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한 민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 48명을 작년 9월 집회 후 7개월 만에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해 8월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택배 대리점주를 괴롭혀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김포 대리점주 사망사건’과 관련해서도 9개월 만인 지난달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도 했다.

경찰의 이 같은 변화는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주문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3월 경찰청 업무보고를 받은 뒤 “경찰이 민주노총 집회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국민 불신을 초래했다”며 “집회·시위에 대해 선별적 법 집행을 하지 말고 일관되고 엄정하게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경찰은 특히 불법행위에 대해선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서울 용산구 일대에서 출근길 도로 점거 시위를 계속한 전장연에 대해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사회적 약자의 의사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형태로 반복적으로 (교통시설을) 불법 점거하는 것은 선량한 시민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경찰의 즉시강제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안으로 보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 청장은 “(지금까진) 스스로 점거를 풀 때까지 인내해왔다면 앞으로는 안전한 방법으로 적극 개입해 강제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해 불법 집회를 벌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등 반미단체에 대해서도 즉시 시위자들을 펜스로 둘러싸고 피켓을 압수하는 등 적극 대응했다. 이달 16일 CJ대한통운 울산 신울주 범서대리점을 점거하는 속칭 ‘물량사수투쟁’을 한 민주노총 택배노조 조합원 6명을 강제 연행하기도 했다. 지난 2월 CJ대한통운 본사를 40일 넘게 불법 점거한 택배노조에 “자진 퇴거를 설득하겠다”고 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기류다.

경찰의 이 같은 변화로 노조·시민단체와 정부의 대립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는 “법의 판단도 끝나지 않은 사안에 경찰이 자의적으로 개입해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정권 코드 맞추기’ 악습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소현/구민기/곽용희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