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가맹점주 "초기 목돈 들고 수익 깎여…반납 컵 처리도 부담"
2년전 결정됐는데도 혼란…환경부, 20일 간담회·이르면 오늘 방침 발표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뿔난 카페 사장들…"책임전가"
다음 달 10일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앞두고 중소형 카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목돈이 들어가는 데다가 제도가 시행되면 한 잔당 수십 원씩 수익이 깎이기 때문이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나 프랜차이즈 본사의 이렇다 할 지원 없이 소상공인인 점주가 오롯이 그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특히 크다.

환경부는 시행유예나 계도기간 부여를 검토 중이며 20일 오후 가맹점주들과 간담회를 한 뒤 이르면 이날 방침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 '오롯이 가맹점주 책임'…초기 목돈 '부담'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에서 음료를 일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에 받으려면 보증금 300원을 내도록 한 제도다.

보증금은 컵을 반납하면 돌려받는다.

컵 반납은 음료를 산 곳이 아니어도 보증금제 적용 대상(105개 브랜드의 매장 3만8천여곳)이면 어디서든 가능하다.

보증금 중복지급을 막고자 컵에 바코드 스티커가 붙는다.

점주들은 바코드 스티커를 1장당 311원이나 317원에 산다.

300원은 보증금을 '선불'하는 것이고 점주가 추가로 내는 돈이 11원이나 17원인데 이는 라벨비(6.99원)와 컵 처리비(표준용기 4원·비표준용기 10원)다.

바코드 스티커는 스티커 1천 개짜리 '롤' 단위로 판매되며 6롤 미만으로 주문하면 무료배송이 되지 않아 이 역시 점주가 부담해야 할 때가 있다.

점주들은 음료값과 함께 결제되는 보증금 300원에 대한 카드 결제 수수료도 더 내야 한다.

통계청 '프랜차이즈 조사 결과'를 보면 커피·비알콜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 2020년 매출액은 평균 1억7천870만원이다.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 카드가맹점 수수료(신용카드 0.5%·체크카드 0.25%)를 고려하면 일회용컵 보증금에 따라붙는 카드 결제 수수료는 1.5원 또는 0.75원 정도일 것으로 추산된다.

한 번에 큰돈이 들어가는 점도 점주들 불만 사항이다.

현재 바코드 스티커를 주문하면 배송에 최장 3주가 걸릴 수 있다고 안내된다.

점주들은 내달 10일부터는 바코드 스티커 없이는 일회용컵으로 음료를 팔 수 없는데 배송에 시간이 걸리면 1~2달 치를 한꺼번에 사둘 수밖에 없고 그러면 한 번에 수백에서 수천만 원 돈이 든다고 지적한다.

'테이크아웃' 판매에 집중하는 중소형 카페 점주들이 특히 이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하루 일회용컵으로 파는 음료가 250잔 정도라는 경북 한 프랜차이즈 카페 점주는 "바코드 스티커가 없으면 일회용컵에 음료를 못 파는데 배송에 20여 일이나 걸린다고 해서 두 달 치를 미리 사두려고 한다"라면서 "초도 비용이 상당히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

점주들은 소비자와 보증금을 주고받는 절차가 복잡하다고도 지적한다.

보증금은 동전으로 돌려받거나 계좌로 이체받을 수 있는데 동전은 가지고 다니기 번거로워하는 사람이 많아 대부분 후자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보증금 계좌이체는 '자원순환보증금'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야 한다.

점주는 소비자가 앱을 켜서 개인바코드를 보여주면 이를 스캔(인식)한 뒤 손님이 가져온 컵의 바코드를 한 차례 더 인식시켜야 한다.

음료를 주문받을 때와 비슷하게 손이 간다는 것이 점주들 주장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뿔난 카페 사장들…"책임전가"
소비자가 혼자서 보증금을 환급받아 갈 수 있는 '독립형' 앱이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매장에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가 있어야 하는 데다가 코로나19 사태 초기 'QR체크인'이 시행됐을 때처럼 사용에 익숙지 않은 손님이 있을 수 있어 점주나 직원이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점주들은 소비자가 반납한 컵을 처리업체가 가져갈 때까지 보관하는 부담도 호소한다.

특히 우유나 크림 등 유제품이 들어간 제품을 담았던 컵은 보관 전 세척이 필수인데 소비자가 컵을 씻어오리라 기대하기 어렵다고 점주들은 말한다.

환경부는 반납된 컵을 매장에 오래 보관하지 않아도 되게끔 환경부가 마련한 카페와 컵 처리업체 간 표준계약서에 컵 수거 주기를 '일주일에 두 번' 등 '횟수'로 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점주들은 처리업체들이 컵이 1천개 이상이어야 거둬 간다는 식으로만 계약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한 처리업체가 홈페이지에 올린 계약서를 보면 수거 주기를 '주 1회를 원칙으로 하되, 회수 단위는 1천개를 기준으로 한다'라고 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태료를 물더라도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점주도 있다.

소비자가 일회용컵을 가져왔는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 등에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부산 한 카페 점주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서 음료를 사 먹고 우리 매장서 컵을 반납하면 나는 장사는 안 되는데 쓰레기만 대신 처리해주는 꼴이 된다"라면서 "벌레가 꼬일까 봐 매장에 컵을 보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과태료를 내더라도 당장은 일회용컵을 반납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본사들 불만도 있다.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본사들에서는 음료가 자신들 주력상품도 아닌데 다른 카페에서 나오는 컵만 처리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볼멘소리가 나온다.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뿔난 카페 사장들…"책임전가"
◇ 여론에 환경정책 또 밀리나…2년 전 도입 결정된 제도인데 '혼란'
카페에서 사용되는 일회용컵을 줄여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전국 가맹본부·가맹점사업자 매장에서 쓰이는 일회용컵은 연간 28억개에 달하며 이 가운데 보증금제가 적용될 매장에서 사용되는 컵은 23억개로 추산된다.

문제는 가맹점주가 오롯이 일회용컵 처리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대체로 지원책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보증금제와 관련해 주요사안을 정하는 자원순환보증금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 프랜차이즈 본사만 바코드 스티커를 구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본사가 가맹점의 원활한 운영을 지원해야 한다는 가맹사업법 취지만 고려해도 본사가 스티커 구매를 당연히 지원해야 한다는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스티커 라벨비와 컵 처리비 등을 가맹점이 전부 부담하는 것은 변함없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엔 카드 결제 수수료를 매기지 않는 방안도 관계부처와 협의했으나 현행법상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이 부분에 대해선 별도 지원책을 고민 중이다.

환경부는 20일 오후 각 브랜드 가맹점주 대표들과 간담회를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어떤 결정이 내려진다면 신속히 발표할 것"이라면서 "방향에 대해선 오늘 발표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틀 전 국민의힘이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유예와 계도기간 부여를 정부에 요구하면서 논의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환경부가 여당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정치권과 여론에 등 떠밀려 또 환경정책을 무위로 만들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지난달 1일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규제 재시행을 앞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시행유예가 제안되자 환경부는 인수위와 협의를 거쳐 코로나19 유행이 끝날 때까지 단속을 미루고 과태료를 매기지 않기로 했다.

제도 시행 전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이해관계자를 설득하지 못해 혼란이 일어난 점에 대해선 정부와 정치권 모두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2년 전인 2020년 6월 자원재활용법이 개정되면서 올해 6월 10일 시행하기로 결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