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억 빼돌린 저축은행 전 직원…법원서 "도박에 탕진"
59억원 규모의 기업 대출금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모아저축은행 전 직원이 법정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인천지법 형사14부(임정택 부장판사) 심리로 19일 열린 첫 재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모아저축은행 본점 전 직원 A(34)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제출한 수사보고서와 입출금 거래명세서 등) 증거도 모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임 부장판사가 "(피해자 측에) 반환한 금액이나 피고인이 소비한 금액을 파악하고 있느냐"고 묻자 A씨의 변호인은 "대부분은 도박으로 탕진했다"고 말했다.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A씨는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확인하는 재판장의 인정신문에 담담하게 답했다.

그는 "직업이 뭐냐"는 재판장의 물음에는 "현재는 무직이고 그전에는 은행원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A씨에게는 특가법상 사기 혐의뿐 아니라 사문서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사서명 위조, 위조 사서명 행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모두 7개의 죄명이 적용됐다.

A씨는 지난해 10월 8일부터 올해 1월 6일까지 인천시 미추홀구에 있는 모아저축은행 본점에서 근무하면서 기업용 대출금인 은행 자금 58억9천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당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업무를 맡은 A씨는 기업이 은행에 약정 대출금을 요청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은행 자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약정 대출은 첫 계약 때 전체 대출금의 규모를 정한 뒤 기업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은행에 요청해 한도 내에서 돈을 빌리는 방식이다.

A씨는 대출금 요청 서류에 자신의 계좌번호가 아닌 여동생 B씨의 계좌번호를 썼고, B씨는 입금된 대출금을 오빠의 계좌로 이체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또 송금 전표의 팀장 결재란에 자신이 임의로 서명을 하고, 과장 자리에 있는 컴퓨터에서 몰래 전산시스템에 접속해 대출 승인을 스스로 한 것으로 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빼돌린 대출금은 다 썼다"며 "그 돈으로 도박을 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경찰이 A씨 계좌 내역을 조사한 결과, 상당한 돈이 도박 사이트인 스포츠토토 측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