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
지난해 부산의 고령화율은 20.4%를 기록했다. 2012년 12.5%였던 고령화율은 매년 가파른 속도로 상승 중이다. 수도권으로 흡입되는 청·장년층 인구는 도시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위협 요소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도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고 실현하는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인류 번영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세계박람회를 2030년 부산에 유치하기 위한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시와 울산시, 경상남도가 통합하는 '메가시티'(부·울·경 특별연합)는 이미 확정돼 본격적인 출범을 기다리고 있다. 부산 금융산업 집적지인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일대에는 다양한 신기술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이 모여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엑스포·메가시티, 부산 미래 바꾼다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는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가 손을 맞잡고 추진하는 역점 사업이다. 부산시는 국제박람회기구(BIE)에 유치 제안서를 최근 제출하고, 정부와 함께 호흡하며 부산 유치에 힘을 보태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지난달 전국 상공회의소 회장 72명과 함께 2030세계박람회 유치 결의문을 발표했다.

세계박람회 유치는 곧 부산의 미래와 직결된다. 인류 번영과 기술이 맞닿아 있기에 유치에 성공하면 기업의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전구 기술을 세계박람회에 선보이며 프랑스 파리의 명물 에펠탑을 환하게 밝혔다. 고속도로의 개념을 제시한 것도 GM이었으며, 세계적인 명품 패션업체 루이비통은 기차와 자동차의 등장에 맞춰 직사각형 트렁크를 전시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2030세계박람회에 맞춰 지역 기업이 새로운 기술 영역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지역 상공계가 바라보는 시각이다.

경제적 효과도 매우 높다. 2010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의 투자액은 5조2000억원 수준으로, 경제적 효과는 110조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63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2015년 이탈리아 밀라노 엑스포 역시 63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

2030세계박람회 유치는 가덕신공항 건설, 북항 재개발 가속화 등 지역의 숙원 사업을 해결하는 게 핵심이다. 부산시는 유치를 위해 수도권과 해외를 중심으로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울·경 특별연합 출범도 지역 사회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공동의 행정기구를 만드는 게 골자다. 부산시와 울산시, 경상남도는 총 70개의 우선 추진 사업을 발굴해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나 공모 사업 등 정부의 행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지역 현안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는 게 목표다.

친환경·디지털 전환, 민간기업 중심으로

부산북항
부산북항
올해 부산시는 암모니아 친환경에너지 규제특구로 지정되는 성과를 냈다. 파나시아 등 17개 기업이 참여한다. 2025년까지 336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친환경 선박 건조 및 실증, 이동형 액화 암모니아 표준용기(ISO 탱크컨테이너) 실증, 이동형 기반 선박용 암모니아 연료 벙커링 구축 및 안전성 실증 등의 사업이 추진된다.

이에 따라 부산은 수소 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암모니아는 수소의 이송과 저장뿐 아니라 에너지원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시는 연료 인프라와 관련 기준 마련으로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점할 방침이다. 지역 기업의 사업 참여에 따라 175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2698억원 규모의 매출 증가가 이뤄질 것으로 분석됐다. 2035년에는 2665개의 일자리와 5748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다.

문현동 BIFC를 중심으로 스타트업의 혁신 도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부산시는 2014년 이전을 완료한 금융 공기업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금융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고 본다. 시에 따르면 부산의 국제금융도시 순위는 매년 가파르게 올라 세계 3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권에서는 10위를 기록했다.

시는 여기에 힘입어 BIFC 일대를 금융산업 클러스터로 조성할 예정이다. BIFC(63층) 인근에 45층 규모의 고층 건물을 올려 스타트업과 외국계 금융기업, 공공기관을 집중적으로 유치할 방침이다. 이 일대에는 이미 ‘버즈(BUDS) 육성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업을 위한 인프라는 물론, 핀테크·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업이 밀집했다. 글로벌 금융회사 유치를 위한 금융 클러스터 조성 사업과 함께 디지털 금융 강소기업 육성 사업도 문현동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BNK부산은행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사업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춰 각종 비대면 서비스를 출시해 노인 고객을 위한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 2월에는 MZ세대를 주축으로 한 은행장 직속 조직인 ‘DX 리더’를 출범했다. MZ세대를 겨냥한 금융 상품 개발부터 디지털 전환을 위한 신사업 발굴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빅테크와의 경쟁 대신 협업으로 전국구 영업을 수성하는 한편 지역 특화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 접점을 넓히는 ‘투트랙 전략’을 구상 중이다.

지역화폐인 동백전 운영사로 선정되면서 앞으로 사업 영역이 더욱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이 이용자 중심의 플랫폼 사업을 시작하는 사례는 드물다. 금융에 관한 규제로 쉽사리 뛰어들기 어려운 영역이어서다. 부산은행은 동백전 장기 운영의 토대를 마련함에 따라 블록체인 등 지역화폐와 접점이 있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신용보증기금은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NEST’ 사업을 통해 부산의 12개 스타트업을 선정해 투자 연계와 보증 연계 등의 강력한 지원을 이어 나갈 방침이다. 신보 사업에 선정된 스타트업은 모두 AI 기술을 중심으로 한 혁신에 도전한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