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국산헬기 ‘수리온’의 납품 이후 수행한 기술·정비지원 등 업무와 관련해 정부를 상대로 낸 용역대금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달 KAI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심리불속행 기각하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KAI는 2010년 방위사업청과 수리온 양산사업 계약을 맺었다. 2012년 12월 수리온 1호를 처음 납품한 KAI는 후속 양산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납품 이후 기술·정비 지원 등을 위한 ‘후속군수지원’에 비용이 들어간다”며 “이에 관한 계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양측은 2013년 10월 후속군수지원에 관한 계약을 주계약과 분리해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2014년 7월 수리온 양산을 위한 후속군수지원에 관한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KAI는 계약 체결 전인 2013년 12월에 수행한 후속군수지원 업무에 관한 용역대금을 지급해달라고 청구했지만, 방위사업청은 계약 이전 사업이라는 이유로 대금 지급을 거절했다. 계약 전 품질보증활동 승인을 하며 ‘품질보증을 근거로 보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제출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KAI 측은 “이는 사업을 취소해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손실의 책임이 KAI에 있다는 뜻”이라며 2017년 정부를 상대로 약 94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2·3심 재판부는 모두 KAI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계약 전 품질보증활동은 방산물자 중 원자재 부품을 확보할 목적으로 이용되는 제도”라며 “KAI가 수행한 후속군수지원 업무에 관해 대금을 청구하지 않는다거나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말했다. 대법원도 원심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1심은 당시 업무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사청의 책임을 50%로 제한해 KAI에 38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KAI가 수행한 일부 업무가 후속군수지원과는 관련성이 적다는 등의 이유로 1심보다 줄어든 32억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