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재 소재 생산과 리사이클링으로 이어지는 배터리 밸류체인이 구축돼 있는 에코프로 포항캠퍼스. 포항시  제공
양극재 소재 생산과 리사이클링으로 이어지는 배터리 밸류체인이 구축돼 있는 에코프로 포항캠퍼스. 포항시 제공
국내 최대 배터리(2차전지) 생산기지인 경북 포항이 로봇을 활용한 배터리 재활용 시장 선점에 본격 나섰다. 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고가의 희귀 금속을 추출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 팩 해체 공정은 작업 중 사고 위험성이 높은데도 모든 과정을 인력에만 의존하는 실정이다.

포항시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2022년 로봇산업기술개발사업 공모에 ‘다품종 EV(전기자동차) 폐배터리 팩 재활용을 위한 인간-로봇 협업 해체작업 기술개발사업’이 선정돼 세계 폐배터리 시장 선점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16일 밝혔다. 포항시는 총사업비 76억원을 들여 2026년까지 5년간 △EV 폐배터리 팩 로봇 해체 작업 기술 개발 △로봇 작업자의 실시간 작업 상황 인식, 충돌 방지 등 안전 확보 기술 개발 △ 해체 로봇시스템 통합 자동해체 시제품 개발 및 성능 검증 △로봇 해체 시범 공정라인 운영 및 기술 개발 장비 등 인프라 기반 구축사업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은 로봇을 활용해 전기차 폐배터리 팩을 모듈이나 셀 단위로 해체·분리하는 자동화 공정기술을 개발한다.

연구원은 앞으로 전기차 보급 확산에 따른 폐배터리 급증에 대비해 작업자 안전과 작업 부하를 줄이기 위한 자동해체 기술 개발에도 나설 방침이다. 국내 배터리 재활용 선두기업인 성일하이텍과 포항 배터리규제자유특구에서 진행하는 사업과 연계해 개발 기술을 실증하고 상용화하는 토대도 마련할 계획이다.

포항시는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 2024년까지 국비 등 500억원을 들여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자원순환 자동화 실증설비와 고속평가 성능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하루 150개, 연간 3만 개 이상의 사용 후 배터리 성능을 검증 평가하고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글로벌 배터리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0년 4000억원에서 2040년 87조원대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항에는 전고체 2만5000t, 양극재 6만6000t, 음극재 8000t 등 양극재와 음극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배터리 밸류체인이 국내 유일하게 구축돼 있다. 에코프로와 포스코케미칼, GS건설 등이 관련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3조5500억원에 이른다. GS건설은 영일만 4산단에 2024년까지 1000억원을 투입하는 리사이클링 공장을 건립한다. 손정호 포항시 일자리경제국장은 “로봇과 융합한 폐배터리 추출 산업이 제2의 영일만 기적을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