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9번 출구 앞 '서리풀 푸드트럭 존'에 영업을 중단한 푸드트럭과 임시선별검사소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최세영 기자.
서울 강남역 9번 출구 앞 '서리풀 푸드트럭 존'에 영업을 중단한 푸드트럭과 임시선별검사소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최세영 기자.
지난 15일 오후 8시 서울 강남대로 인근 먹자골목. 주말 밤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빼곡한 강남역 9번과 10번출구 사이 ‘서리풀 푸드트럭존’엔 영업을 접은 푸드트럭 3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분식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김모씨(28)는 “배달같이 돈벌이가 더 좋은 일을 하러 장사를 접고 나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견디며 재기를 노리던 푸드트럭 자영업자들이 하나둘 영업을 접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업주들이 상당수 사업을 포기한 데 이어 최근 각종 재료비 등 원가가 급상승하자 ‘남은 희망도 사라졌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김씨는 “조리용 가스값은 물론이고 밀가루, 고춧가루 등 안 오른 게 없다”며 “나도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푸드트럭 행사 참여 신청 ‘뚝’

그래픽=허라미 기자
그래픽=허라미 기자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 내 푸드트럭 상인과 행사 매칭이 이뤄진 건수는 총 6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0건이던 지난해와 3건이던 2020년에 비해선 늘었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56건에 비해 급감한 수준이다. 행사 매칭을 희망하는 푸드트럭 역시 2019년 171대에서 지난해 70대로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오프라인 활동이 위축되고, 감염 우려로 노점 이용이 줄어 푸드트럭 자영업자들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곳만 영업이 허용된 푸드트럭 상인들에게 서울시의 밤도깨비 야시장과 같은 각종 행사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목’이다. 전국푸드트럭협동조합 관계자는 “지자체 푸드트럭존 대부분은 주변 상인과 마찰을 줄일 수 있는 유동인구가 적은 곳”이라며 “각종 행사에 옮겨다니며 장사하는 푸드트럭이 절반을 넘는다”고 전했다.

살아남은 푸드트럭 상인들 중에서도 최근 원재료값 급등을 버티지 못해 백기를 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분짜 등 베트남 음식 푸드트럭을 운영하던 A씨(52)는 개조비만 3000만원을 들인 트럭을 지난주 690만원에 내놨다. 그는 “지난 2년간 열리는 행사가 없어 호텔 주차장 앞에서 영업했는데 매출이 적어 자릿세도 못 냈다.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앞으로 푸드트럭 행사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더 이상 대출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푸드트럭 상인 7만7000명가량이 모인 한 인터넷 카페에는 지난 4월 한 달간 중고 푸드트럭 판매 글만 20개 넘게 올라왔다.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하던 지난해 11월과 12월(평균 15건)보다도 많다.

차량 개조 비용도 천정부지

연초 5만원이 채 안 되던 드럼식용유(18L)가 최근 6만7640원까지 오르는 등 급등한 재료비가 감당할 만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게 상인들의 얘기다. 발열량이 높고 저장과 운송이 편리해 주로 사용하는 20㎏ LPG(액화석유가스)통 가격도 작년 말 4만원대 초반에서 5만원 안팎으로 20%가량 올랐다.

서울 삼성동 선릉공원 주변에서 떡볶이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B씨는 “식용유, 고춧가루 값 등이 모두 올라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힘들다”며 “분식집은 평균 3일이면 20㎏ 가스통을 다 쓰기 때문에 연료비만 한 달에 10만원가량 더 들어가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하루에 가스 한 통을 쓰는 붕어빵 장사는 매일 장사를 하면 한 달에 30만원이 더 든다”고 전했다.

푸드트럭을 새로 시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치솟고 있다. 차량 확장에 쓰이는 나무와 알루미늄을 비롯해 바닥용 스테인리스 자재 값이 급상승한 탓이다. 떡볶이 매장과 푸드트럭을 동시에 운영하는 상인 C씨는 “코로나19 이전에 3000만원 정도였던 푸드트럭 개조 비용이 최근 5000만~6000만원까지 올라 ‘차라리 매장을 운영하는 게 낫다’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푸드트럭업계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김용겸 대전과학기술대 외식조리계열 교수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사람들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늘어야 푸드트럭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전히 푸드트럭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있는 만큼 관련 조례를 상황에 맞게 개정하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