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특별지자체 '부울경특별연합' 내년 출범…행정·경제 등 결합 가속
'우리도 뭉치자' 타지역도 논의…지방선거 결과 따라 숨 고르기 가능성도
[리셋 균형발전] ⑩'뭉쳐야 산다' 첫발 뗀 메가시티…지역발전 열쇠 될까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여러 대안 중에서도 단연 '메가시티'가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메가시티는 핵심 도시를 중심으로 일일 생활이 가능하도록 기능적으로 연결된 대도시권을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글로벌 비즈니스 창출이 가능한 인구 1천만 명 이상 거대도시로 이해하면 된다.

지역 간 단순 협력 수준을 넘어서는 행정·경제적 통합을 이뤄내 규모의 경제와 공동 이익을 도모하자는 의도다.

발전 동력이 떨어진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수도권 과밀화의 여러 부작용도 해결할 방책으로 꼽힌다.

다만 메가시티를 구성하는 지역들끼리 제각각 이해관계를 극복할 만큼 끈끈한 결합을 이뤄낼 수 있을지, 메가시티가 오히려 지방자치제도 취지를 퇴색시킨 채 또 다른 지역 불균형을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등 의문과 우려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출범 준비를 마친 국내 최초 특별지방자치단체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이후 부울경특별연합)'이 우리나라 메가시티 성공 여부가 될 수 있을지 첫 시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리셋 균형발전] ⑩'뭉쳐야 산다' 첫발 뗀 메가시티…지역발전 열쇠 될까
◇ 부울경특별연합 내년 출범…광역행정 서비스로 시너지 기대
울산에 사는 30대 주부 A씨는 요즘 동해선 광역전철을 이용해 부산 나들이를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해 연말 개통한 광역전철을 이용하면 부산 해운대 일원을 비롯해 송정해수욕장과 기장 아웃렛, 서면 도심지 등을 편하게 갈 수 있어서다.

지하철을 이용하면 부산 내 다른 명소로 이동도 어렵지 않다.

A씨는 "부산은 자가용 없이 방문이 쉽지 않았고 운전과 주차 부담도 컸는데, 광역전철을 이용하면 점심 먹고 출발해도 알차게 놀고 돌아올 수 있다"라면서 "부울경 메가시티라는 말이 낯설었는데, '이런 혜택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A씨 사례는 광역 대중교통망을 활용한 단일 경제·생활권 조성 효과를 잘 드러낸다.

지난달 정부의 규약안 승인에 따라 내년 1월 1일 부울경특별연합이 출범하면 산업·문화·관광·인구 등 광역행정 수요가 있는 전 분야에서 이런 결합은 가속할 전망이다.

특별지자체는 2개 이상 지자체가 광역 사무를 처리할 때 설치되는 것으로, 경제와 인구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하나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금까지 느슨한 협력과는 달리, 견고한 추진 체계를 통해 시·도 경계를 넘어서는 광역행정 기능에 대한 지역 수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단일 행정구역 범위를 넘어서는 '초광역 협력', 즉 메가시티 조성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부울경특별연합은 사무처리 범위 안에서 인사·조직권, 조례·규칙 제정권을 갖고 별도 단체장과 지방의회 구성을 통해 독립적 의사결정을 한다.

단체장은 부울경 단체장이 1년 4개월씩 맡게 되며, 특별연합의회는 3개 시·도 의회 의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부울경특별연합은 지자체에서 이관받은 18개 사무,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서 위임받은 3개 사무를 처리하게 된다.

단일 시·도의 관할 범위를 넘어서는 광역행정 기능은 국가가 수행하게 돼 있지만, 특별연합이 일부 기능을 수행하며 자치권을 갖는 것이다.

특별연합이 지자체에서 이관받은 사무는 탄소중립 산업기반과 수소경제권 구축, 조선·자동차·항공산업 육성 등이다.

정부가 위임한 3개 사무는 국토교통부 소관이던 대도시권 광역교통 시행계획 제출, 광역 간선급행버스(BRT) 체계 구축 운영, 2개 이상 시·도에 걸친 일반물류단지 지정이다.

[리셋 균형발전] ⑩'뭉쳐야 산다' 첫발 뗀 메가시티…지역발전 열쇠 될까
◇ '괜찮아 보이는데?' 전국에서 광역·기초단체 연합 논의 본격화
정부와 부울경은 특별연합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부울경 초광역권발전계획 추진에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이는 완전한 행정·경제 통합을 제외하고는 현 단계에서 메가시티에 가장 근접한 수준의 지역협력 모델로 평가받는다.

초광역권발전계획은 산업·인재·공간 분야별 전략, 30개의 1단계 선도사업과 40개 중·장기 추진사업 등 총 70개 핵심사업을 담고 있다.

부울경 사례를 거울삼아 '메가시티의 과실'을 기대하는 다른 지역에서도 특별지자체 설치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광역단체 차원에서는 대구·경북이 특별지자체 설립을 준비하는 한시 기구인 광역행정기획단을 지난 3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충청권(대전·세종·충북·충남)과 광주·전남은 각각 특별지자체 설치 관련 연구용역과 시·도간 협의해 추진 전략을 마련 중이다.

기초단체 차원으로는 전북 남원·장수, 전남 구례, 경남 하동·산청·함양 등으로 구성된 지리산권관광개발조합이 특별지방자치단체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 강화·옹진, 경기 파주·김포·연천,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접경지역·DMZ 특별연합)도 특별지자체 설치를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지방이 아닌 수도권에서도 특별지자체 출범 시도가 있다.

정부가 '스마트반도체벨트'로 지정한 경기 남부지역 7개 도시(수원·성남·용인·화성·평택·안성·이천시)와 오산시 등 8개 지자체 연합체가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가칭)경기남부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리셋 균형발전] ⑩'뭉쳐야 산다' 첫발 뗀 메가시티…지역발전 열쇠 될까
◇ 의기투합했지만, 현실적 이해관계 앞에선 불협화음도
유행처럼 번지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특별지자체 효과에 의문을 거두지 못하는 시각도 있다.

지나친 장밋빛 전망으로 포장됐을 뿐, 현실에서는 사업 우선순위나 예산 배분 등을 놓고 삐걱댈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 이런 현상은 부울경특별연합 준비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특별연합의회 의원 정수는 3개 지역 의회에서 의원 9명씩 정하는 것으로 결정됐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울산은 지역별 균등한 의원 수로 의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경남은 인구 규모에 비례해 의원 정수에 차등을 둬야 한다며 맞섰다.

의원 정수는 울산의 요구가 관철된 셈인데, 진통의 여파는 특별지자체 청사 소재지 결정으로 이어졌다.

청사 유치는 특별지자체 사업의 상징성이 있을 뿐 아니라, 유동 인구 증가나 지역경제 활성화 등 현실적인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에 경남은 청사 입지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태세고, 울산은 의원 정수 문제와는 별개로 합리적·효율적인 청사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발 물러서 있던 부산도 부전역 일대를 청사 입지로 제안하며 유치전에 가세한 모양새다.

부울경은 청사 소재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부울경의 지리적 가운데로서 중심이 되는 지역으로 정한다'는 모호한 조항을 넣어 특별연합 규약을 통과시켰다.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청사 소재지 결정은 앞으로 3개 시·도가 구성할 추천위원회로 공이 넘어갔다.

[리셋 균형발전] ⑩'뭉쳐야 산다' 첫발 뗀 메가시티…지역발전 열쇠 될까
◇ 지방선거 앞두고 정치 쟁점화…전문가 "작은 이익 비교 말아야"
특히 지방선거 시즌과 맞물리면서 특별지자체가 정치 쟁점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부울경에서도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들을 중심으로 특별지자체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는 메가시티 추진을 문재인 정부의 성과로 보는 시각도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김두겸 울산시장 후보는 부산이 대다수 혜택을 흡수하는 빨대효과를 우려하며, 경북 포항·경주를 묶는 '신라경제권'을 대안으로 내세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 후보도 부산·울산 등에 사업이 집중돼 새로운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서부경남에 대한 균형발전 대책이 우선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별지자체 설립을 준비하는 광주·전남의 주요 후보들도 '행정 통합보다는 경제 통합'을 강조하거나, '전북까지 아우르는 초광역 경제통합'을 제안하는 등 제각각 구상을 내놓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 이후 형성되는 정치지형에 따라 특별지자체 출범이나 준비를 위한 동력이 떨어지거나, 아예 재논의가 이뤄질 여지도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일부 우려와 불안이 있더라도 어렵게 이뤄낸 부울경특별연합의 성과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울경 메가시티 합동추진단 자문위원장인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16일 "메가시티가 성공하기 위한 키워드는 '협력'이기 때문에 각 시·도가 양보해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라면서 "특히 부울경 메가시티가 선두주자인 만큼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홍 울산대 행정학전공 교수는 "부울경특별연합을 보면 중심 역할을 하는 부산에 많은 수혜가 돌아갈 것이지만, 그렇다고 울산이나 경남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광역교통망만 뚫려도 울산과 경남 모두 엄청난 이익을 누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특별지자체는 중앙정부를 상대로 협상력을 높일 수 있어, 개별 지자체로는 할 수 없었던 굵직한 사업들도 성사시킬 수 있다"라면서 "당장 작은 이익을 비교하는 데 치우치지 말고, 부울경특별연합의 성공을 발판 삼아 장기적으로 대구·경북과 영남권 초광역권을 형성하는 등 거시적 관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허광무 민영규 황봉규 이은파 이해용 최해민 이승형 여운창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