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이상민·박보균·안덕근 등 尹정부 요직으로
LGD·AK홀딩스·신세계인터 등 후임 찾기 분주
기업, 감사委 운영 위해 로펌·대학서 '긴급 수혈'도
기업들이 때아닌 사외이사 구인난을 겪고 있다. 새 정부 내각 합류나 지방선거 출마 등으로 갑작스럽게 사표를 낸 사외이사가 많아서다. 법적 인원수를 유지해야 하는 기업들에는 짧은 기간 ‘최적의 인물’을 구하는 게 만만치 않은 숙제다. 6·1지방선거를 전후로 적잖은 인물이 사표 대열에 추가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 파상적으로 이어져온 사외이사 확보 움직임이 순식간에 경쟁 구도로 바뀔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새 정부로 가는 사외이사들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안덕근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LG에너지솔루션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안 본부장은 2년 가까이 임기를 남겨두고 있었지만,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준수를 위해 사표를 냈다. 그의 사임으로 4명이던 LG에너지솔루션 사외이사는 신미남 전 두산퓨얼셀 사장, 여미숙 한양대 교수, 한승수 고려대 교수 등 3명으로 줄었다.
안 본부장뿐만이 아니다. 최근 새 정부의 주요 고위공직자로 내정된 인물들이 줄줄이 기업 사외이사직을 그만뒀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쓰오일)와 한화진 환경부 장관(삼성전자), 이창양 산업부 장관(LG디스플레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AK홀딩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신세계인터내셔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두산에너빌리티), 왕윤종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효성화학),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한솔케미칼), 복두규 대통령비서실 인사기획관(쇼박스) 등이 대표적이다.
예상치 못한 사외이사 공백에 맞닥뜨린 기업들은 서둘러 후임자를 찾느라 애를 먹고 있다. 상법에 따르면 일반 상장사는 전체 이사 수의 4분의 1 이상,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기업은 전체 이사 수의 과반(최소 3인)을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한다. 기존 사외이사의 중도 퇴임 등으로 이 요건을 맞추지 못하게 되면, 결원이 발생한 뒤 처음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후임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어찌하오리까”…로펌 자문도 줄이어
특히 감사위원을 겸하던 사외이사가 퇴직하면서 감사위원회 운영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 상장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재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3인 이상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해야 한다.
이 같은 요건을 맞추기 위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박만성 법무법인 율촌 고문을 급히 사외이사로 영입해 오는 26일 열리는 임시 주총에서 정식으로 선임하기로 했다. AK홀딩스도 다음달 28일 임시 주총을 열어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모두 최근 사외이사가 새 정부 내각 인선에 따라 사직해 감사위원이 3명에서 2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비슷한 처지인 효성화학과 한솔케미칼 등도 후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물색에 부랴부랴 나섰다.
일부 기업은 구인난에 대비해 법원에 일시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을 신청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창양 장관이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법원에 신청해 지난달 26일 오정석 서울대 경영대·경영전문대학원 교수를 일시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오 이사의 임기는 내년 정기 주총이 끝날 때까지로 정해졌다. 상법에선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기업의 이사나 감사 등 이해관계인이 감사위원 결원에 대처하기 위해 법원에 일시 감사위원 선임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이 일종의 인사추천위원회 기능을 하는 셈이다. 로펌 관계자는 “당장 후임자를 찾기 어려운 몇몇 기업이 일시 감사위원 선임 신청을 의뢰했다”며 “이 같은 사례가 갈수록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발 ‘줄사퇴’ 비상
산업계에선 현재 대통령실 예상 구성 인원만 200명 가까이 되는 것을 고려하면 당분간 기업 사외이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월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서 선출 예정인 공직자만 4100여 명에 달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르면 17일 한동훈 법무,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1기 내각 초대 장관 후보자 가운데 추가 낙마는 없다는 기본 방침을 세우는 한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임명 여부만 막판 고심하는 분위기다.대통령실 관계자는 1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주 초 한 법무, 김 여성가족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두 후보자 모두 청문회에서 거론된 각종 의혹이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결격 요인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로써 전체 18개 부처 장관 가운데 16개 자리가 채워지게 된다. 낙마 인사는 '아빠 찬스' 논란 등에 휘말려 지난 3일 스스로 물러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그치게 되는 셈이다.다만 정호영 후보자 거취는 '보류' 중이다. 내부에서는 정 후보자의 흠결이 낙마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 후보자 임명 여부는 매우 가치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라며 "대통령도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윤 대통령은 이번 주 초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로 송부한다. 또한 과거 성 비위로 징계를 받은 전력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에 대해서도 계속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실 또한 성 소수자 혐오 발언 등의 여파로 스스로 물러난 김성회 전 종교다문회비서관과는 '다른 케이스(경우)'라고 엄호모드에 나섰다.한편 윤 비서관은 지난 1997년 성남지청 수사관 시절부터 25년 동안이나 윤 대통령과 근무 연을 이어온 '핵관(핵심 관계자) 중 핵관'으로 분류된다. 또 검찰 사무직으로서 수사, 행정, 기획 분야에서 두루 두각을 나타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4일 쇼핑에서 국내 중소기업의 신발을 구매하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15일 대통령 대변인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 부부는 서울 서초구 자택 인근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4층에서 국내 신발 브랜드 ‘바이네르’의 검은색 신발 한 켤레를 구매했다. 구두끈과 장식이 없는 심플한 로퍼 스타일의 구두로 김 여사가 골랐다. 신발 가격은 30% 할인을 적용해 19만8000원으로 알려졌다.이 구두는 굽이 없어 걷기 편안한 스타일이다. 윤 대통령은 평소에 ‘터벅터벅’ 걷는 스타일로 굽이 낮거나 아예 없는 스타일의 구두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윤 대통령은 굽이 거의 없어 발이 편한 신발을 좋아한다고 한다”며 “지금 신고 있는 신발은 3년 전에 구매해 새 신발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바이네르는 1961년 이탈리아 바이네르 드 피에트리가 출시한 수제화 브랜드로 국내에는 1996년부터 수입됐다.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는 금융위기로 브랜드가 어려움에 쳐하자 2011년에 바이네르를 인수했다.역대 대통령은 금강제화나 에스콰이아와 같은 구두 브랜드에서 자체 디자인한 수제화를 신었다. 윤 대통령 내외가 주말 쇼핑으로 구매한 신발 브랜드가 화제가 되면서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 홈페이지가 먹통이 되기도 했다.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9일부터 6·1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다. 지난 주말 주요 지역의 선거사무소를 연 여야는 수도권과 충청권을 최대 승부처로 보고 전력을 집중할 계획이다.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은 지난 14일 선거사무소를 열고 “일할 기회를 달라.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국민에게 드린 약속을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고 밝혔다. 개소식에는 윤호중 상임선거대책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총출동했다.‘서울시장 4선’에 도전하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도 이날 선거사무소를 열었다.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함께했다. 권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오세훈 시장을 필두로 지방 권력을 되찾아와야 한다”며 “지금 정권 교체는 했는데 미완, 절반밖에 못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도 15일 선거사무소를 열었다.양당 지도부는 지방 곳곳을 돌며 지원에 나섰다. 이준석 대표는 14~15일 경남 지역에서 후보들을 만났고,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이광재 강원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이번 지방선거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2일 만에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다.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 양당 모두 사활을 걸고 있다.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한 국민의힘은 광역단체 17곳 중 9곳 승리를 목표로 세웠다. 영남 지역 5곳(대구·울산·부산·경남·경북)과 서울을 비롯해 인천 충남 충북 등 경합지에서 최소 세 곳을 더 가져오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국정 안정론’을 강조하고 있다. 여당으로서 중앙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해 지방 행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겠다는 구상이다.11일 당정협의를 거쳐 확정한 최소 600만원의 코로나 손실보상안과 20~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및 한·미 정상회담이 표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야당인 민주당은 최소 8곳을 수성하는 게 목표다. 김민석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은 15일 기자회견에서 “광주 전남 전북 제주 세종은 우세, 경기 인천 강원 충남은 경합권”이라며 “8곳에서 이기면 사실상 승리, 9곳을 넘어서면 완승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민주당은 지방선거 슬로건으로 ‘나라는 균형, 지역은 인물’을 내세웠다. 윤호중 위원장은 부산시당 행사에서 “정부가 폭주하지 않도록 민주당이 제대로 된 브레이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고문도 이날 윤환 계양구청장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찾아 “이제 심판은 끝났고 정말 우리 국민의 삶을 보듬어 낼 유능한 인물들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최근의 여론 흐름은 민주당에 우호적이지 않다. 10~12일 시행한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10%포인트 떨어진 31%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 박완주 의원의 성 비위 의혹까지 터져 핵심 지지층인 2030 여성의 표심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