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 총동문회가 지난 12일 배우 진선규 씨(사진)를 제2대 총동문회장으로 선출했다. 진 회장은 대학로에서 연극과 뮤지컬에서 연기 경력을 쌓다가 영화 ‘범죄도시’ ‘극한직업’을 통해 이름을 알린 뒤 최근에는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등 TV 드라마에서 활약하고 있다.
피아니스트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과 김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예술을 공부하는 장애 학생들을 위해 특별한 음악회를 마련한다. 오는 17일 오후 7시 서울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이강숙홀에서 열리는 ‘포르테 콘서트 K-arts with 김예지’다.이날 공연에서 두 사람은 한 대의 피아노에 나란히 앉아 연주하는 연탄곡을 선사한다. 이들이 고른 곡은 드뷔시의 연탄곡 모음집인 ‘작은 모음곡’ 중 ‘조각배로’와 ‘발레’다. 9일 전화 인터뷰에서 김 총장과 김 의원은 “홀로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독주회보다 더 떨리고 긴장된다”며 “둘이 연주하는 것은 처음인데, 피아노 한 대를 동시에 다뤄야 해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입을 모았다.지난 8월 취임해 한창 바쁜 신임 총장과 국회의원이 한 무대에 서기로 한 것은 장애 학생들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 음악회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한예종 음악원 기악과에 재학 중인 장애 학생 4명과 비장애 학생 4명이다. 이들은 클링의 피아노 3중주 ‘코끼리와 파리’와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스케르초’, 베토벤의 ‘클라리넷 3중주’ 중 1악장,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8번(비창)’ 중 2악장과 3악장을 들려준다. 1992년 한예종 개교 후 처음으로 장애 학생들이 주역을 맡은 음악회다.“교수 시절부터 장애 학생들의 음악회를 계획했어요. 레슨을 해주며 장애 학생들과 자주 상담했는데 연주보다는 사회생활에 겁을 먹은 느낌이었습니다. 지금은 학교라는 울타리가 있지만 곧 이 울타리를 떠날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습니다.”(김 총장)김 총장은 원래 시각장애 피아니스트인 김 의원에게 축사를 부탁하려고 했다. 자신이 무대에 설 계획도 없었다. 총장으로 선임된 후 “당분간 학교 행정에 전념하려고 피아노를 멀리하겠다”고 선언한 그였다. 하지만 글이나 말보다는 직접 연주하는 게 학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거라고 판단했다. 김 총장은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해도 주눅 들지 말고 성장하라는 뜻을 전하고 싶었다”며 “김 의원이 좋은 본보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 함께 연탄곡을 연주하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취지에 공감한 김 의원은 흔쾌히 수락했다. 장애 학생들을 위한 음악회가 워낙 드물게 열려서다. 그는 지난 2월 장애인 관객을 위한 무장애 공연을 연 이후 10개월 만에 피아노에 앉는다. 다른 피아니스트와 연탄곡을 연주하는 건 4년 만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장애인 예술가를 위한 법안을 마련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관객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라고 했다.그는 “장애인 예술가를 비장애 예술가와 동등한 시선으로 편견 없이 봐달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사회가 장애를 익숙하게 받아들이려면 지속적으로 공연해야 합니다. 자주 접해야 익숙해지고, 익숙해져야 장애인은 특별하다는 생각이 옅어지거든요.”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지난달 17일 경기 성남 티엘아이아트센터에서 특별한 무대가 펼쳐졌다.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59·사진)과 그의 제자 문지영(25)이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아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작품집’을 들려줬다. 김 총장의 손과 문지영의 손이 파드되(2인무)를 추듯 피아노 위를 뛰놀았다. 둘의 화음은 관객을 홀렸다. 김 총장에게도 뜻깊은 연주였다. 앞으로 4년 동안 음악회를 멀리할 계획이라서다.지난 8월 선임된 김 총장은 한예종 개교 이후 처음으로 교직원들의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됐다. 교직원과 학생은 물론 청소노동자까지 한 표씩 행사했고 김 총장의 득표율은 68%에 달했다. 총장이란 영예를 얻었지만 그는 아쉽다고 했다.“휴가 갈 때도 악보를 챙길 정도였는데 당분간 학교 주최 음악회가 아니라면 연주를 자제해야죠. 저는 이제 예술가가 아니라 행정가로 거듭나야 하니까요. 연습 횟수가 줄어서 연주력이 쇠퇴할까 걱정됩니다.”그래서일까. 그는 총장실 한쪽에 피아노를 놓았다. 틈틈이 손가락을 풀겠다는 것. 전공이 다른 교직원들과 공통분모를 찾으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김 총장은 평생 피아노와 함께 살아왔다. 여덟 살 때 처음 피아노를 친 뒤로 11세에 국립교향악단(현 KBS교향악단)과 협연했고 23세에 미국 클리블랜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1994년 한예종 교수로 부임한 뒤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2008년부터는 수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변신해 2017년까지 악단을 이끌었다. 그해부터 창원시립교향악단을 상임지휘자로서 이끌다가 한예종 총장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김 총장은 제자들 사이에서 ‘호랑이 선생님’으로 유명하다. 약점을 분석하고 보완할 때까지 혹독하게 훈련을 시켜서다. 그 결과 제자들은 콩쿠르에서 눈부신 성과를 이뤘다. 반클라이번 콩쿠르와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각각 2위에 오른 피아니스트 손열음을 비롯해 아시아인 최초로 리즈 콩쿠르를 제패한 김선욱, 이탈리아 부조니 콩쿠르 우승자 문지영, 올해 부조니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박재홍까지 모두 그의 제자다.제자들이 콩쿠르에서 우승해도 그는 노심초사했다. 연주자들의 실력에 비해 국내 예술시장이 작아서다.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으려면 콩쿠르 입상 경력을 ‘스펙’ 삼아 내세워야 한다. 트로피 사냥꾼처럼 계속 콩쿠르에 나가는 이유다. “한국은 콩쿠르에서 과실(우승)만 챙겨가고 교류는 안 한다”는 볼멘소리가 유럽에서 나온다고 했다.“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심사위원을 맡아 대회 역사서를 훑어보는데 역대 우승자들마다 공연 경력이 화려해요. 한국인 우승자들 소개란은 휑하죠. 공연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공연장도 해외 공연장과 함께 무대를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교류해야 지금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어요. 최근 한국인 심사위원들에게만 허름한 숙소를 배정하는 등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요.”예술에 관한 투자 없이 연주자의 개인기로 승부하는 건 한계가 뚜렷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열리고 있는 국제 콩쿠르는 110여 개. 매년 10여 명의 우승자들이 쏟아진다.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져 개인의 기교만으론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다. 김 총장은 “혼돈의 시대가 시작됐다. 예전 같으면 콩쿠르에서 우승하면 기획사들의 계약 요청이 쏟아졌는데 지금은 개성이 없으면 도태된다”며 “글로벌 공연기획사들도 콩쿠르 경력 대신 자기만의 색깔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말은 쉽지만 교육은 어렵다. 본인조차 모르는 개성을 선생님이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까. 김 총장도 교수 생활을 하며 늘 고민했던 부분이다. “교수 시절 후배인 손민수 한예종 교수에게 하소연했어요. ‘나 이제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고요. 학생들 창의력을 개발하는 길이 참 고되더라고요. 문득 제 학생 시절을 돌이켜보니 답이 나왔어요.”참조할 연주 영상도 부족했고 악보도 구하기 어려웠던 학창 시절, 그는 작품 해석에만 주력했다. 김 총장은 모두가 명연주자를 따라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남는 길은 ‘융합’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인접한 예술 분야와 상호교류하며 자기 색을 찾는 게 예술가로 발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장르마다 겹겹이 쌓인 벽을 허물고 예술을 체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음악원 교수에서 총장이 된 그는 학생들이 뛰어놀 판을 깔아주려 적극 나선다. 음악원·연극원·영상원·무용원·미술원·전통예술원 등 6개 예술원이 한데 어우러지는 프로젝트를 기획할 예정인데, 창의성을 이끌어내되 개입은 최소화할 거라고 했다. “서로 엮이며 경험이 쌓여야 예술이 융화되는 것이지 강제로 융합한다고 어우러지진 않아요. 자기 전공을 어설프게 배우고 협업하는 건 안 됩니다. 깊이 있는 예술이라야 지평을 넓힐 수 있어요.”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