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시력검사서를 제출한 청원경찰을 채용한 지 6년만에 '채용취소'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고등법원은 최근 A씨가 B국립대병원을 상대로 청구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며 1심을 뒤집고 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A는 2013년 이 병원의 청원경찰로 채용됐다. B병원은 당시 신규직원 공개채용 공고에서 신체사항을 적게 돼 있었지만 A는 좋지 않았던 자신의 시력을 기재하지 않았다.

이후 채용 과정에서 교정시력이 좌1.0, 우1.0으로 기재된 신체검사서를 제출했는데, 실제 A의 시력은 0.025 이하였다. 허위검사서를 제출했던 것이다.

A의 부당한 행위가 드러난 것은 2019년 교육부가 채용비리 전수조사에 돌입하면서다. 교육부는 B병원에 A에 대한 합격취소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병원 측은 2019년 5월 A에게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한다며 '직권면직' 통보를 내렸다. 당연퇴직 사유라고 여겨 인사위원회 징계 절차도 거치지는 않았다. 이에 A가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병원측은 "A는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경우’에 해당한다"며 직권면직이 효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A는 청원경찰법이 정한 시력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므로, 임용이 당연무효라는 주장도 펼쳤다.

법원은 먼저 직권면직 처분을 한 것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병원 규정에 의하면 직원은 인사규정에 의한 당연퇴직, 인사위원회 징계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면직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A는 당연퇴직 사유인 정년이나 사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당연퇴직 사유가 아니므로, 직권 면직을 할 근거도 없다는 지적이다.

비록 A가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경우는 맞지만, '부정한 방법에 의한 임용'은 병원 규정 상 당연퇴직 사유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결국 인사위원회를 열지 않고 직권면직을 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주장이다.

이에 병원 측은 A가 허위 신체검사서를 제출해 채용됐으므로 '임용취소' 사유라고 주장했다. 임용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병원 측의 이 주장은 받아들였다.

법원은 "채용 공고에는 ‘기재사항 중 허위, 착오, 연락불능으로 인한 불이익은 응시자의 책임으로 하며, 서류미비 또는 허위사실이 발견된 경우 추후 합격 또는 임용을 취소한다’고 기재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 인사규정 제8조도 ‘인사발령은 취소할 수 없지만…허위서류 제출로 임용된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며 "채용 당시 B에게 제출한 서류에 ‘허위’의 기재가 있고 B가 이를 근거로 A를 임용했다면 임용을 취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용공고에도 명확하게 명시를 했고, 채용을 취소할 수 있는 규정도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러자 A는 비록 시각장애가 있지만 임용 이후 장기간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했다며 임용 취소가 신의칙에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청원경찰은 구역을 관할하는 경찰서장의 감독을 받아 경비를 목적으로 필요한 범위에서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른 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한다"며 "청원경찰의 신분을 보장하고 그 업무의 공공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청원경찰이 임용 당시 임용자격을 갖추었을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채용 과정에서 비리가 발견된 경우라고 해도, 엄격한 규정상 근거와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판결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 공인노무사는 "비리를 저지른 직원이라고 해도, 당연퇴직 사유인지 아니면 징계 해고인지 아니면 애초에 잘못된 임용을 취소하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처분을 내려야 한다"며 "징계의 경우 해고 절차를 적법하게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되므로, 사전에 채용 관련해 비리가 발각되는 경우에 대한 규정을 잘 정비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