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논문 의혹’이 불거지면서 ‘오픈 액세스 학술지(Open Access Journal)’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학계 연구자들은 한 후보자 딸이 오픈 액세스 학술지를 흉내 낸 일종의 ‘짝퉁 학술지’에 논문을 올렸고, 이런 짝퉁 학술지가 학문 생태계를 교란하는 주범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후보자는 지난 8일 “(딸이 논문을 실은) 오픈 액세스 학술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논문과 리포트를 올릴 수 있는 매체”라며 고교생 과제를 출판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원래부터 오픈 액세스 학술지는 동료 연구자의 검증이나 엄격한 심사를 통해 논문을 게재하는 정식 학술지가 아니고, 수준 낮은 연구물도 검증 없이 자유롭게 실을 수 있는 매체라는 주장이다.

학계에는 그러나 한 후보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오픈 액세스 학술지는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한다는 특징이 있을 뿐 일반 학술지와 똑같이 연구자가 집필한 논문을 심사해 게재한다는 것이다. 학회의 엄격한 심사, 동료 연구자의 검증과 그에 따른 수정 절차를 거쳐 게재돼야 정상이다. 한 후보자의 딸이 논문을 실은 학술지가 그런 절차와 윤리를 지키지 않았다는 게 학계의 지적이다.

정상적인 오픈 액세스 학술지들은 수준 높은 연구물을 출판한다.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세계적 학술지로 꼽히는 대한의학회의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도 오픈 액세스 학술지다. 국내 의학 학술지 중 90% 정도가 JKMS와 같이 오픈 액세스 형식이다. 한 후보자의 딸은 방글라데시의 ‘ABC Research Alert’, 말레이시아의 ‘Asian Journal of Humanity, Art and Literature’라는 학술지에 논문을 4편 실었다. 모두 오픈 액세스 학술지를 표방하는 ‘무늬만 학술지’다. 이 매체는 부실 학술지를 판별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운영하는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에서도 ‘주의’ 등급을 받았다. 논문 심사 절차 없이 돈만 내면 논문을 실어주고 금전적 이득을 챙기는 약탈적 학술지라는 의미다.

김명환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이런 사이비 학술지는 좋은 연구물과 자격 없는 연구물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정상적인 심사 없이 이런 학술지에 논문을 올리는 행위는 연구 부정”이라고 지적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