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 조작 '내란음모' 재판서 최후진술…계엄사, 불온 유인물로 판단
김대중 최후진술 배포 시도 대학생, 42년만에 계엄법 '무죄'
'내란음모 조작 사건' 재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 최후진술을 배포하려던 대학생이 42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10단독 김정민 판사는 계엄법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66)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김 판사는 "피고인의 행위는 5·18을 전후해 발생한 전두환 등의 헌정 질서 파괴 범죄에 저항하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한 정당행위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A씨는 대학생이던 1980년 10월 14일 광주의 한 자취방에서 다른 학생들과 모임을 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의 재판 최후진술을 유인물로 만들어 배포할 것을 모의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았다.

같은 날 오후 광주의 한 주점에서 학생들과 옥내 집회를 열고 최후진술 원고를 40∼50부 복사하기로 한 혐의도 받았다.

계엄사령부는 김 전 대통령의 최후진술을 담은 원고를 불온 유인물이라고 판단했다.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은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이끄는 신군부가 5·18 민주화운동을 '김대중 일당의 내란음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조작해 20여 명을 군사재판에 넘긴 사건이다.

김 전 대통령은 사형이 확정됐으나 교황과 미국 등 세계 각국 지도자, 인권단체들이 구명 활동에 나서면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2004년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민주주의는 국민의 힘에 의해 이룩되는 것이지 암살이나 쿠데타에 의해 이룩되는 것이 아니다.

정상적으로 대통령이 바뀐 적 없는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서로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내가 죽더라도 우리 힘만으로 민주주의가 성취되고 정치보복은 두 번 다시 없기를 바란다"는 법정 최후진술이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