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강수연 별세…향년 55세
뇌출혈로 인한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치료 중이던 영화배우 강수연이 7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55세.

강수연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뒤 사흘째 의식불명 상태였다.

4세 어린 나이에 동양방송(TBC) 전속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강수연은 브라운관은 물론 영화 데뷔작 '핏줄'(1975) 이후 충무로의 몇 안 되는 아역배우로 수많은 영화에 출연해왔다.

대표작인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1987)로 베네치아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 배우로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임 감독과는 2년 뒤인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로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며 모스크바영화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거머쥐는 영광을 누렸다. 이때 강수연은 비구니 연기를 위해 삭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수연은 이후에도 왕성한 활동으로 지금까지 40여 편의 영화를 남겼는데, '경마장 가는 길'(1991), '그대 안의 블루'(1992), '지독한 사랑'(1996) 등 그의 출연이 곧 흥행 보증수표로 통할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는 1980년대에는 '씨받이', '아제아제 바라아제', '감자'(1987)에서 고난을 겪는 한국 여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넓고 깊게 담아냈다. 1990년대 중후반에는 페미니즘 계열로 분류되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등에서 여성상의 변화를 잘 표현했다. 그의 출연작을 살펴보면 한국영화뿐 아니라 사회의 변화상을 엿볼 수 있다.

영화에 비해 TV 출연은 많지 않았지만, 출연했던 작품에서는 역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KBS 청소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1983∼1986)에 출연하며 손창민과 함께 당대 최고의 하이틴 스타로 부상했고, 10여 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한 SBS 드라마 '여인천하'(2001)는 최고 시청률 35%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상호 감독의 신작 '정이'(가제)에 주연으로 캐스팅되며 단편 '주리'(2013) 이후 9년 만에 스크린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정이'는 촬영을 끝내고 후반작업을 진행 중이다.

영화계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영화인장 장례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감독 이우석·임권택·정진영, 배우 김지미·박정자·박중훈·손숙·안성기 등이 고문을 맡았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2층 17호에 차려졌다. 조문은 8일부터 가능하며 발인은 11일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