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자진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정 후보자는 자녀의 의대 편입, 병역 판정 등과 관련한 특혜 의혹에 “안타깝고 송구스럽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정 후보자는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사퇴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느냐’는 김성주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국민께 심려를 끼쳐 정말 거짓 없이 안타깝고 송구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저에게 씌워진 여러 의혹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며 사퇴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정 후보자는 “제기된 의혹들에도 불구하고 도덕적·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복지부 홈페이지에 63건이나 되는 의혹에 대해 세세히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퇴한다는 오보를 낸 언론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도 했다.

정 후보자는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을 둘러싼 특혜 의혹에 “‘아빠 찬스’는 절대 쓸 수 없는 구조였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편입학에 대해 다른 교수들에게 이야기하지도, 할 수도 없었다”며 “아이들이 떨어질 때를 대비해서 부끄러워서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경북대 의대에서 후보자를 모르는 분이 있는가’라는 민주당 소속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의 물음에는 “우리 학교 85%가 동일 대학 출신”이라고 답하며 자녀의 편입학 지원이 다른 교수들에게 알려졌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도 자녀들이 경북대 의대 편입에 지원한 이유에 대해서는 “자녀 본인들의 선택이었고, 그 전에 다른 대학에 지원한 사실도 있다”며 “성인이 된 아이들의 선택이기 때문에 제가 부모로서 뭐라고 하긴 곤란했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조민 씨의 부산 의전원 입학 취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의에는 “저와 관계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정 후보자는 아들 병역 의혹과 관련한 핵심 자료인 자기공명영상(MRI) 기록을 인사청문위원에게 제출했다. 인사청문위원들은 정 후보자의 아들이 2015년 퇴행성 추간판 탈출증 소견으로 병역 4급 판정을 받았을 때 촬영한 MRI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해 왔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2010년 첫 병역 판정 검사에서 2급으로 현역 판정을 받았으나, 2015년 재검에서 4급으로 판정이 바뀌었다. 당시 아들이 정 후보자의 직장인 경북대병원에서 검사를 받아 일종의 특혜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