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검장 "역사 심판 뒤따를 것"…학계 "검찰개혁 목표 상실"
거대 여당 속전속결에 '완박' 당한 검찰 "참담"…학계 '우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되자 검찰 내부에서는 허탈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지도부 총사퇴는 물론 이례적인 여론전까지 벌이며 입법 저지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지만, 사실상 '공소청'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이자 "국격 후퇴", "짬짜미" 등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앞서 여야의 '검수완박법' 합의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냈던 권순범 대구고검장은 이날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통과 직후 검찰 내부망에 사직 인사를 올리고 "대한민국의 국격과 인권이 후퇴하는 현실이 참담할 뿐이다.

역사의 심판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권 고검장은 "정치인들이 검찰 권한을 줄인다더니 자신들의 공직 범죄·선거 범죄를 검찰에서 수사 개시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경찰이 바빠서 범죄를 놓치거나 외면했다고 의심되더라도 검사는 동일성 너머 숨겨진 진실을 수사하지 못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뜬금없이 고발인의 이의 신청권을 박탈했다.

그로 인해 힘없는 고발인들의 권리가 침해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라며 "종래에는 항고·재정신청 제도를 통해 법원이 최종적 사법 종결권을 갖고 있었는데, 이제 고발사건에서는 경찰이 법원의 권능마저 행사한다"고 주장했다.

권 고검장은 "오늘로써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없기에 사직 인사를 드린다"며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검찰 개혁은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하고 범죄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이다.

부디 이 에너지를 사장시키지 말고 계속 정진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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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현직 검찰 지청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통상 국회 본회의는 오후 2시에 열리고 국무회의는 오전 10시에 열린다.

그런데 법안을 통과시키고 당일 바로 공포까지 하겠다고 '짬짜미' 식으로 시간을 조정했다"며 "입법과 심의, 공포를 나눠놓은 법안 취지를 무시한 것이고 삼권분립에도 어긋나는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검찰청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요청에 일언반구 언급도 없이 결국 의결한 것에 대해 대통령도 헌법적 책임을 같이 지고 역사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마련된 법이 적지 않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던 '검수완박법' 처리 과정을 두고 "검찰 개혁이라는 목표도 상실하고 의회민주주의 기본 원칙까지 헝클어뜨린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수사 검사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없도록 한 법안 내용을 두고 "기소와 수사는 기능적으로는 연속되는 행위"라며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가 다른 상황에서 무죄판결이 나면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어떤 변화가 있는가인데 그런 것을 설명하거나 전문가 검토를 받아본 적이 없다.

절차상 굉장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거와 공직자 범죄도 민생에 큰 영향을 끼친다.

'민생과 관계없으니 검찰 수사 범위에서 뺀다'는 식의 발상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경찰은 업무부담이 커진 상황인데다가 '경찰 권력'을 통제하자는 여론까지 있어 인력 증원도 어렵다.

경찰의 수사 지연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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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들도 절차적 위법성과 위헌성을 지적하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김현 '착한 법 만드는 사람들' 상임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개정법은 검사가 수사단계부터 기소절차까지 참여하는 경우와 비교해 국민의 인권 보호에 미흡해질 우려가 있다"며 "검찰 선진화를 위한 개혁이라는 주장은 졸속입법을 합법화시킬 수 없다.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단체인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도 이날 성명을 내고 '검수완박법'에 대한 헌법소원과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