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일상 직결된 법안들이 3개월만에 졸속 통과…"외국에선 사례 전무"
[검수완박 후폭풍] ② 일사천리 추진 윤창호법…결국 헌재로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사실상 단독 처리하면서 과거부터 되풀이된 국회의 졸속 입법 사례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다른 법안들보다 처리 기간이 짧고, 졸속 내지 강행이라고 비판받은 법안들은 처리 후에도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르는 등 사회적 논란과 비용으로 이어졌다.

2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 제출된 전체 법안의 평균 처리 기간은 577.2일이었다.

다만 여기에는 임기 만료로 폐기된 법안도 포함됐다.

법안 제안 주체별로 보면 정부안은 평균 412.9일, 의원안은 평균 624.1일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결된 법안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평균 처리 기간은 146.3일, 약 5개월로 집계됐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정부안 처리 기간은 244.9일, 의원안 처리 기간은 269.5일로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소요됐으나, 상임위원회에서 정당간 합의를 거치고 제출된 위원회안 처리 기간이 3.9일로 짧아 평균 처리 기간이 단축됐다.

입법조사처는 "위원회안은 대부분 위원회 대안"이라며 "위원회 대안은 제안단계에서 이미 위원 간의 입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 때문에 제안 이후 통과까지 시간이 거의 걸리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수완박 후폭풍] ② 일사천리 추진 윤창호법…결국 헌재로
20대 국회에서 제정됐다가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단을 받은 윤창호법(개정 특가법·도로교통법)의 처리 기간은 윤씨의 교통사고부터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약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음주운전은 도로 위 살인'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여야 간 정쟁도 일어나지 않았고 대통령까지 처벌 강화를 지시할 정도로 일사천리로 추진됐지만, 헌재의 위헌 결정을 피해 가지 못했다.

헌재는 도로교통법 148조의2 규정 중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이라는 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다수 의견 재판관들은 "가중 요건이 되는 과거 음주운전 금지 규정 위반 행위와 처벌 대상이 되는 재범 음주운전 금지 규정 위반 행위 사이에 시간적 제한이 없다"며 책임과 형벌 간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일선 경찰서의 한 교통경찰은 "입법화할 땐 워낙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어서 말은 못 했지만 사실 위헌 결정이 나올 줄 알았다"며 "음주운전이 가볍게 다뤄지는 걸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엔 공감하지만 처벌하는 문제는 법적으로 엄격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검수완박 후폭풍] ② 일사천리 추진 윤창호법…결국 헌재로
마찬가지로 20대 국회에서 '졸속 입법'이라는 거센 논란에 시달린 타다금지법은 2019년 10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의 발의부터 2020년 3월 본회의 통과까지 5개월여가 소요됐다.

20대 국회 의원안 평균 처리기간 269.5일(약 9개월)에 비하면 빠르게 처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11∼15인승 승합차와 대리기사를 함께 알선하는 '타다'는 택시 업계에서 '불법 택시'라는 거센 반발을 불렀다.

'국회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원칙에 반한다'는 채이배 의원 등 일각의 반대에도 국회는 재적 의원 185명 중 찬성 169명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여야를 불문하고 21대 총선을 앞두고 거세게 반발할 게 자명한 택시업계를 외면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후 타다금지법은 헌법재판소 심판대에도 오르는 등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았으나 지난해 6월 헌재가 "기존 택시 운송사업과 중복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동등한 규제를 받지 않아 사회적 갈등이 크게 증가했다"며 합헌 결정을 내린 이후로 논란은 가라앉은 상태다.

타다 경영진은 불법 영업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현재 2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검수완박 후폭풍] ② 일사천리 추진 윤창호법…결국 헌재로
한편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검찰 수사·기소 분리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시점은 이달 15일이다.

검찰청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3일 처리될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70여년간 유지돼 온 형사사법체계를 근본부터 바꾸는 데 걸리는 시간은 채 3주도 되지 않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수완박법처럼) 탈당까지 해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초유의 사태"며 "어차피 모델로 삼아야 하는 건 우리보다 선진국인 영국·미국·프랑스·독일 등인데, 이런 식의 사례는 해외에서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 글 싣는 순서]
① 다수의 입법은 절대선일까…무너진 의회주의
② 일사천리 추진 윤창호법…결국 헌재로
③ 외국은 '위헌' 필터링·법안 영향평가 (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