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 임차인이라도 고용한 작업자가 탔으면 사업주의 의무 져야"
대법 "직원이 대여 건설기계 몰면 소속업체에 위험방지 의무"
건설업체가 타워크레인 등 건설기계를 직접 소유하지 않고 대여해 운용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고용한 자기 직원이 운전한다면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로서 위험방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사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B사 현장소장 A씨는 2018년 1월 운전석 상부 탑헤드 수직 이동통로 등받이와 발판 용접 부위 등에 손상이 있는 타워크레인을 노동자에게 사용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타워크레인을 대여해 쓴 B사도 위험방지조치 의무를 저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등은 크레인에 크랙(균열) 같은 미비점이 존재한 것은 맞지만 사다리식 통로 등이 견고한 구조로 돼 있지 않다거나 심한 손상이 있는 재료로 설치된 것은 아니므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은 크레인 사다리식 통로 등에 하자가 있었던 점을 들어 A씨와 B사가 위험방지 조치를 하지 않은 미필적 고의가 있다며 벌금 100만원씩을 선고했다.

다만 난간 하단 용접부에 크랙 손상이 있었다는 점은 '100㎏ 이상의 하중에 견딜 수 없다'는 검찰 주장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반면 2심은 1심이 유죄로 본 혐의까지 무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A씨와 B사는 위험 기계를 대여받은 자로서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 혐의가 성립하려면 대여한 크레인의 하자를 인식하고 방치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건설기계를 대여받은 자가 작업자와 사이에 실질적 고용관계를 형성해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에 해당하는 경우, 그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 기계 등을 대여받은 자'로서 부담하는 유해·위험방지 의무와는 별개로 위험방지조치 의무도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관계 법령을 보면 건설기계를 대여받은 자는 원칙적으로는 자기 노동자가 아닌 사람에게 조작을 지시할 때의 의무, 기계를 반환할 때의 의무 등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의무만 부담한다.

그러나 대여한 타워크레인에 B사가 실질적으로 고용한 조종사가 탔다면, B사는 임차인이자 사업주가 되므로 안전 점검을 통해 손상 부위를 발견하고 보수하는 등 노동자의 추락 위험을 막으려는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의무가 인정된다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도 성립한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추락 방지에 관한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은 산업안전보건법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