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입법정책협의회 소집 요청…DNA법·공수처법 등 대검에 의견 물은 적도
중앙지검 선거전담수사부 "검수완박, 부패 정치인·고위공직자에 면죄부"
대검 "검수완박법 정부 이송 후 재논의"…법제처에 요청(종합)
검찰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정부에 이송되면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달라고 법제처에 요청했다.

사실상 사문화했다는 평가를 받은 절차까지 동원해 '검수완박' 법안 공포와 시행 전 저지를 위해 총력전에 나서는 형국이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29일 법제처에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통일적인 정부 의견 제시 등을 위한 정부입법정책협의회 소집을 요청했다고 1일 밝혔다.

대통령령인 '법제업무운영규정'에 따르면 법안 관계기관장은 정부 입법 과정에서 법리적 이견으로 입법이 지연되거나, 의원 발의 법률안에 대한 정부 의견의 통일을 위해 필요한 경우 법제처장에게 정부입법정책협의회 상정을 요청할 수 있다.

정부입법정책협의회 의장은 법제처 차장이 맡으며, 의장은 관계기관장 등이 요청하거나 정부 의견 통일이 필요하다고 볼 때 협의회를 소집할 수 있다.

실제 2016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령안의 조정을 논의하기 위해 농림부와 국민권익위원회 등 6개 관계부처와 협의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극히 드물게 운영되고 있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협의회가 유명무실화했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대검은 아울러 법제처에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에서 의결돼 정부로 이송되면 대검에 의견 제출 기회를 달라고도 요청했다.

법제업무운영규정상 법제처는 법안이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되면 관계부처장에게 곧바로 통보하고 재의(再議·다시 논의) 요구에 관한 관계부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앞서 법제처는 디엔에이 신원 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등의 입법 과정에서도 대검의 의견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국무회의에 상정될 법령안의 심사,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의 검토 등 법제에 관한 사무를 전문적으로 관장하는 법제처에서 책임있는 현명한 결정을 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일선 검사들의 '검수완박' 법안 비판도 이어졌다.

선거범죄를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경근 부장검사) 검사들은 검찰청법 개정안이 선거·공직자범죄를 직접 수사 범위에서 제외한 점을 두고 "부패한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의 선거개입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검사들은 "공직선거법은 초단기 공소시효 내 완결성 있는 수사가 가능하도록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신속·공정하게 단속·수사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검찰의 선거범죄 직접 수사권을 배제하는 것은 이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곧 표결이 있을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정당·후보자뿐만 아니라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마저 형해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그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여성가족부 공무원들의 공약제공 사건 등을 수사·기소해왔다.

대검 내 '검수완박 위헌성 검토' TF에 파견된 강백신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는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헌법이 검찰제도를 통해 집행하라는 소추권은 수사 기능을 본질적 권능으로 하는 것으로, 소추권에서 수사권을 분리하는 건 그 본질적 속성에 반한다"며 수사·기소검사 분리 조항을 비판했다.

그는 "의회민주주의를 말살하는 국회 다수당의 '수사·기소 분리가 선(善)'이라는 주장은 실체가 없고 실현 불가능한 허구의 프레임으로, 대국민 사기극이 아닐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