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시위 두세 번은 이제 일상이죠.”

지난 2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서울노동고용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참여자는 500여 명. 노동청 정문 바로 앞까지 바리케이드를 쳐 놓고 통행로를 비좁게 만들더니 잇따라 구호를 외쳤다.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적용’,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개악 타도’ 등 시위 구호 대부분은 윤석열 정부로 향하는 외침이었다. 시위 장소 인근 직장을 다니는 김모씨는 “사무실에서도 시위 소리 때문에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를 전후로 집회·시위가 봇물 터지듯 늘어나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코로나 해제라는 상황 변화와 맞물려 각계각층의 요구와 불만이 한꺼번에 분출되는 모양새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과 이달(1~25일) 전국 하루 평균 집회 및 시위 신고 건수는 각각 492.5건, 499.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398.8건), 2월(466.5건)에 비해 급증한 수치다. 집회 시위가 집중돼 있는 서울 신고 건수도 1월 95.2건, 2월 108.9건, 지난달 112.3건, 이달 112.9건으로 지속해서 늘고 있다.

대규모 집회는 대부분 새 정부에 대한 여러 요구 사항을 나열하는 집회들이다. 지난 13일 민주노총은 서울 종로 한복판에서 4000여 명 규모 집회를 열었다. 명확한 집회 목적이 없었고 ‘차별 없는 노동권’, ‘노동시간 연장 반대’,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반대’ 등 광범위한 주제를 내걸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대선 기간과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출근길 승하차 시위를 지난해 12월부터 해왔다. 전장연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대상으로 장애인 권리보장 예산 마련을 요구하며 지난 22일까지 총 28차례 시위를 했다. 27일엔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실천하는약사회 등 약사 이익단체들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을 찾아가 “한시적 비대면 진료 연장을 멈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 취임식이 다가올수록 더 많은 집회와 시위가 벌어질 전망이다. 다음달 1일에는 전국 4만여 명이 모이는 민주노총 노동절 집회가 예정돼 있다. 민주노총은 서울, 경기, 인천, 부산 등 전국 총 15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회 및 행진을 이어갈 계획이다. 전장연도 같은 날 회원 500여 명이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 집회 계획을 경찰에 제출했다.

문재인 정부 시기 집회에서 이득을 본 집단들이 정권교체를 앞두고 새 정부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집회로 정권이 들어선 문재인 정부 시절에 집회·시위가 특히 급증했다. 전국 연간 집회 신고 건수는 2016년 4만5836건, 2017년 4만3161건에서 문재인 정부가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을 시작한 이후 2018년 6만8315건, 2019년 9만5266건, 2020년 7만7453건으로 늘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특유의 ‘갈라지기’ 정치 양태가 집회와 시위를 양산했다”며 “이런 흐름에서 이익을 본 이익집단들이 새 정부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최근 시위와 집회를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민기/이소현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