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성폭행 피해 여고생의 어머니가 사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숨진 성폭행 피해 여고생의 어머니가 사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강원도의 한 고교에서 성폭행 피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 속에 극단적 선택을 한 여고생 사건의 상고심에서 가해자에 대한 형량이 징역 7년으로 정해졌다.

대법원 2부는 28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치상죄로 기소된 A씨(21)가 낸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고교 3학년이던 2019년 6월 B(16) 양과 단둘이 술을 마신 뒤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B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가 범행을 부인하는 동안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 B양은 2심 선고가 내려지기 전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결국 B양은 A씨에게 사과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전교생이 20명에 안팎인 학교에서 피해자는 수개월간 가해자와 분리되지도 못한 채로 피해자의 가족과 주변인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또다른 피해를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고, 2심 재판부는 B양의 사망이 성폭행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형량을 9년으로 높였으나 대법원은 "판결 선고 전 피해자가 사망한 사정을 양형에 반영하면서 피고인에게 방어 기회를 주지 않고 판결을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며 사건을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이 사건 범행과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형량을 7년으로 감경했다.

이 판결에 대해 B양의 어머니와 강원여성연대는 "사법부는 부당한 선고로 피해자를 두 번 죽이지 마라"고 비판하고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