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 긁고 도망 '주·정차 뺑소니'…경찰, 절반도 못 잡아
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11일 다른 차량이 주차돼있던 A씨의 차를 파손하고 도망가는 이른바 ‘주·정차 뺑소니(물피도주)’ 사고를 당했다. 그는 인근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결국 범인을 잡지 못했다. 사고 발생 일자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경찰이 확인해야할 폐쇄회로TV(CCTV)영상이 지나치게 많은 탓이었다.

주정차한 자동차를 파손하고 도주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 조항이 5년 전 신설됐지만, 실제 처벌 비율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거율이 낮은 데다 처벌 수위도 낮아 주정차 뺑소니 사건이 줄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올초부터 이달 12일까지 발생한 주정차 뺑소니 사고 총 4576건 중 가해자 처벌이 이뤄진 사건은 2224건으로, 처벌 비율은 48.6%에 그쳤다. 2018~2020년 주정차 뺑소니에 범칙금을 부과한 비율은 38.9~45.2%를 기록하는 등 발생 건수의 절반도 처벌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범인을 찾아낸 비율은 50~60%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명피해 사고 등 전체 교통범죄 검거율 평균은 90% 중후반대에 달한다. 서울의 한 경찰서 교통조사계 관계자는 “폐쇄회로TV(CCTV)가 없는 이면도로나 외진 곳에서의 뺑소니는 상시 녹화로 설정된 다른 차량의 블랙박스가 없으면 범인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련 부서 관계자는 “인력의 한계로 일반 교통범죄보다 검거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사고 발생 며칠 뒤 신고하면 현실적으로 검거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범인을 찾아도 처벌 수위가 약하고 형사 제재를 부과하기 어렵다. 주정차 뺑소니 사건에 부과할 수 있는 제재는 최대 벌금 20만원이다. 피해 차종이 이륜차라면 8만원, 승용차 12만원, 승합차라면 13만원을 범칙금으로 부과한다. 범칙금을 제때 납부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한다. 도로교통법상 가해자가 사고를 몰랐다고 발뺌하면 명확한 증거가 없는 한 형사처벌에 준하는 범칙금을 부과하기 어렵다. 올해 범인을 찾아낸 주정차 뺑소니 사건 가운데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사건의 비율도 24.6%에 달한다.

주정차 뺑소니를 처벌하는 법률 개정 이후에도 범행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시 사건 발생 건수는 2만1000~2만2000건을 유지하고 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