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감 '보수 단일화' 또 물건너가나
서울교육감 선거 출마를 선언한 보수진영 교육감 후보들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하지 않고 유지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력 진단 평가’를 부활시켜 코로나19 장기화로 떨어진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통 공약도 들고나왔다. 하지만 정작 후보 간 단일화는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갈등은 상호 비방과 고소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전 학년 학력진단평가 부활”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교육계에 따르면 오는 6월 1일 치러질 서울교육감 선거에는 7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 가운데 이주호 전 과학교육기술부 장관, 박선영 21세기교육포럼 대표, 조영달 서울대 사범대 교수, 조전혁 서울시 혁신공정교육위원장, 윤호상 한양대 겸임교수 등 5명이 보수성향으로 분류된다.

진보성향으로 알려진 이들은 최보선 새로운대한민국교육포럼 대표와 강신만 교장제도혁신모임 대표 등 2명이다. 조희연 현 서울교육감은 이달 말 출마를 공식 선언할 전망이다.

보수 후보들은 ‘기초학력 강화’를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다. 진보성향의 조 교육감이 8년간 서울 교육을 책임지면서 초·중·고교생의 기초학력이 떨어지고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이 커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전 학년 학력진단평가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조전혁 예비후보는 “학력평가가 줄 세우기식 ‘일제고사’라며 반대하는 사람이 많지만,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이용하면 정확한 맞춤형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영달 예비후보는 “학력평가를 정례화하는 한편 학부모가 원하는 과정을 방과 후 전문학교 형태로 운영하고 초등 돌봄도 교육적 돌봄으로 바꾸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보수 후보들은 자사고와 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하지 않고 유지한다는 데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 이주호 예비후보는 “자사고는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유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유력한 진보진영 단일화 후보로 꼽히는 조 교육감은 이에 대해 “과거로 돌아가는 것에 반대한다”며 폐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단일화 기구 단일화’ 위한 단체까지

비슷한 공약을 내놓고는 있지만 보수진영 예비후보 5명의 단일화는 갈수록 험난해지는 분위기다. ‘교육감후보 단일화 추진 협의회(교추협)’가 조전혁 예비후보를 1차 단일화 후보로 뽑았지만 다른 후보들이 반발하고 이주호 예비후보가 뛰어들면서 재단일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러 개의 단일화 기구가 난립하자 ‘단일화 기구 단일화’를 위한 단체가 출범하는가 하면 후보 간 고소전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박소영·박성현 교추협 운영위원은 지난 14일과 20일 조영달·박선영 예비후보를 각각 서울중앙지검에 공직선거법 위반, 명예훼손 등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보수진영은 이달 재단일화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이주호 예비후보는 “원팀을 지키고자 노력하겠다”며 “다른 후보가 된다면 승복하고 함께 가겠다”고 했다. 조전혁 예비후보는 재단일화를 두고 “불의와의 타협”이라고 비난했고, 조영달 예비후보는 “교육계가 주도하는 재단일화에만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이다.

보수진영에서는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이번 선거도 진보진영에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8년 선거에서는 보수진영의 박선영 후보와 조영달 후보가 각각 36.2%, 17.3%를 득표하며 46.6%를 얻은 진보 단일 후보인 조희연 교육감에게 패했다.

최만수/최예린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