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총장· 박성진 대검 차장·전국 고검장 6명·구본선 연구위원 전원 사직서
지휘부 공백 사태…대검 "국회·국민설득 위해 끝까지 최선"
검찰 지휘부 초유 총사퇴…정치권 검수완박 합의에 반발(종합2보)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재안을 여야가 내주 처리키로 한 데 반발해 검찰 지휘부가 총사퇴했다.

검찰총장을 비롯해 대검 차장과 일선 고검장들의 집단 사퇴는 검찰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박 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여야 모두 수용하자 "모든 상황에 책임을 지겠다"며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총장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발의에 반발해 지난 17일 사의를 표했으나 "검찰총장은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이 없으니 임기를 지키고 역할을 다해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로 총장직을 계속 수행하면서 국회를 설득해왔다.

그러나 중재안 역시 최대 1년 6개월이라는 유예기간만 뒀을 뿐 결과적으로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기로 정리되면서 김 총장이 더는 직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김 총장은 사의 입장을 외부에 알린 뒤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대검을 빠져나갔다.

김 총장에 이어 고검장급인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도 법무부에 사표를 냈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등 현직 고검장 6명도 전원 사직서를 제출했다.

다만 이성윤 고검장의 경우 현재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어 사표가 수리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검 관계자는 "총장, 고검장들이 각자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망엔 "지금 단체 도주하십니까.

조직에서 누릴 거 다 뽑아 드시고 빈 껍데기만 남으니 도망가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는 원망 섞인 글이 올라왔다.

검찰 지휘부 초유 총사퇴…정치권 검수완박 합의에 반발(종합2보)
고검장급인 구본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역시 이날 사의의 뜻을 표명했다.

이들에 앞서 조남관 법무연수원장은 새 정부의 인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찌감치 이달 초 사표를 썼다.

검찰 고위 간부들이 전원 물러나게 되면서 초유의 지휘부 공백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일선 지검장들 가운데에도 일부는 박 의장 중재안에 반발해 사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져 검찰 내 '사직 릴레이'가 이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대검 내 검사장급 간부들도 사표를 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지휘부 공백 사태와 국회 법안 처리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일단 자리를 지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관계자는 "법안이 최종 통과되는 마지막까지 법안이 부당성과 문제점을 알리고 국회와 국민 설득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공백이 없도록 대검 간부들과 일선 검사들의 중지를 모아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 사퇴한 두 번째 검찰총장이 된다.

1988년 검찰총장 2년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총장직에 앉은 23명 중에선 15번째 '중도하차' 총장이 된다.

검찰 역사상 총장을 비롯해 고위 간부들이 집단 사퇴한 적은 처음이다.

김 총장 전임자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지난해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입법 추진에 반대하며 사퇴했지만 홀로 책임을 졌다.

앞서 2011년 검경 수사권 조정이 논의됐을 때도 검찰 내 반발이 거세자 김준규 당시 총장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전 총장에 앞서 당시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검찰 측 협상팀을 이끌던 홍만표 대검 기획조정부장, 김호철 형사정책단장 등이 사의를 표하긴 했으나 고검장단이 일괄 사표를 내진 않았다.

김종빈 전 총장은 2005년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통일전쟁 발언사건'으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휘하자 이를 수용하고서 항의성 사직서를 냈다.

취임 6개월 만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