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네이처 등재 논문 발표 이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 기사에 들어간 이진형 대표 사진. 한경DB
2010년 네이처 등재 논문 발표 이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 기사에 들어간 이진형 대표 사진. 한경DB
사람의 뇌를 '회로도'처럼 그리고 분석할 수 있다면 뇌 질환을 좀 더 수월하게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간단한 것 같지만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이 생각은 이진형 엘비스(LVIS) 대표의 인생을 바꿔놨다. 스탠퍼드 전자공학 박사과정이 끝나갈 무렵 이 대표의 외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게 발상의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한 미국 명문대 교수 부임을 늦추고 어두컴컴한 연구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생물학을 파기 시작했다. 100번 넘는 실험에서 실패를 경험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1년 넘는 기간 동안 고군분투한 끝에 첫 결과를 얻어냈다.

뇌 신경과 헤모글로빈의 농도 관계를 규명한 이 대표의 2010년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에 게재됐다. 그리고 스탠퍼드대 의대에 교수로 임용(공대 겸임)된 첫 한국 여성이란 타이틀까지 갖게 됐다. 2013년엔 대학 실험실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엘비스를 창업했다. 현재 유명 벤처캐피털(VC)들로부터 시리즈B-2 투자를 받을 정도로 엘비스는 성장성을 인정 받고 있다.

최근 실리콘밸리 엘비스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성공 비결로 '포기하지 않는 습관'을 꼽았다. 죽을 것처럼 힘들어도, 계속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찾으면 누군가는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는 것이다. 목표에 100% 도달하지 못해도 어느 정도 결과를 내면 이 또한 다음 단계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학생들에게도 '포기하는 건 실패를 연습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며 "안되는 걸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를 '습관'처럼 만드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사 과정 막판에 전공 바꿔...교수 부임 늦추고 다시 연구실로
▶창업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문제 푸는 걸 좋아했습니다. 지금 생각나는 게, 어릴 때 미얀마에 살았는데 장난감이 풍족하지 않았어요. 어느 날 친구가 미국에서 사온 장난감(바퀴가 달려있고 끌고 다닐 수 있는 제품)을 갖고 왔는데 정말 갖고 싶더라고요. 구할 수가 없어서 직접 만들었어요. 성취감이 컸죠. 이후엔 특정한 직업보다는 ‘어떤 문제를 푸는 게 보람이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창업을 결심했을 땐 어떤 문제를 풀고 싶었습니까
“정말 풀고 싶은 문제를 찾은 건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이 끝나갈 시점이었어요. 제가 무척 사랑했던 외할머니께서 뇌졸중으로 쓰려지셨어요. 뇌질환과 관련한 문제를 풀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뇌 과학을 뇌 공학화 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전자공학(의료영상)을 전공했는데, 방향을 트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요
“문제를 풀 방법을 생각하다보니 솔루션이 떠올랐어요. 정말 하고 싶었습니다. 대학원 졸업 이후 UCLA 교수 임용이 예정돼 있었는데 연기하고 미국국립보건원(NIH)에 제안서를 냈고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천재 공학자라고 해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컴퓨터 전자회로는 고장나면 분석할 수 있잖아요. ‘뇌도 회로이기 때문에 회로분석을 하면 질환의 원인을 알 수 있다’란 생각을 했습니다. 즉, 뇌질환 회로에 대해서 모델링을 하는 거였죠. 뇌 특정회로 영역을 조절하면서 반응을 보는 그런 실험을 했는데 100번 이상 해도 원하는 대로 안되더라고요. 생물학실험은 정말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다 컨트롤 할 수 없었습니다. 미국 명문대 교수를 안 하고 되지도 않는 실험은 왜 하냐는 비아냥, 비난이 있었습니다.”

▶인생의 첫 고비였겠네요. 어떻게 이겨냈나요
“힘들긴 했는데, 생물학은 백과사전적 지식이 많아서 배워나가는 게 재미있었어요. 1년 이상 고생하니까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 논문을 네이처에 뇌과학 분야에 입성하게 됐죠. 네이처의 힘인지 몰라도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연구결과 네이처 등재되며 세계적인 관심 받아
▶학계의 반응도 뜨거웠을 것 같아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한 것에 대해서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도 있었고 ‘저 친구 뭐냐’ 이런 반응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비슷합니다. 계속 설득해 나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논문을 내고 UCLA로 가셨나요
“전자공학과 교수로 임용이 됐는데, 연구분야가 바뀌었잖아요. 전자공학과에서 생물학 연구를 할 수가 없었어요. 스탠퍼드에서 불러줘서 2012년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대학 실험실에서 할 수 없는 것을 해야했기 때문에 회사를 만들었어요. 2013년입니다. 조교수 월급이 많지도 않고 제 사비를 다 털어서 지식재산권(IP) 비용을 댔습니다.”

▶처음부터 의대를 가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고등학교(서울과학고) 들어갈 때부터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재밌었는데, 의사는 환자를 돌보는 것이 주된 역할이지 기술적인 문제를 푸는 사람이 아니라고 그때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기술적인 문제 해결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큰 문제’를 푸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진형 엘비스 대표 겸 스탠퍼드대 교수. 한경DB
이진형 엘비스 대표 겸 스탠퍼드대 교수. 한경DB
교수와 스타트업 창업자란 ‘극한 직업’을 동시에 해내는 게 힘들지 않은가요
“특별한 비법이 있다기보다는, 견뎌내는 것입니다. 견디는 방법은 있어요. 극한 상황이 오면 ‘목표가 뭐고 이것을 왜 하지’란 생각을 계속 합니다. 이게 맞는 방향인지 점검을 나름대로 하는데, 점검을 하면 선택과 집중이 쉬워집니다. 그러면 내가 해야하는 일과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되는 일이 구분이 되죠. 이것을 왜 하고, 목표가 뭔지 ‘목표 재설정’을 자주하는 편입니다. 목표를 바꾼다기 보다는 정해진 목표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인데요, 제 생각 뿐만이 아니라 외부의 조언도 듣고 생각하지만 결국 스스로가 결정을 하는 겁니다.”

▶일을 할 때 즐겁나요
“제가 꼭 풀고 싶은 문제를 풀 수 있는 일이기도하고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게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즐거운 건 문제 해결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았을 때고요. 문제를 해결하고 성취했을 땐 보통 제가 지친 상태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문제를 푸는 과정은 처음에 아이디어를 찾을 때보다 훨씬 어렵고 오래 걸리거든요.”

▶앞으로도 결과를 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까요
“1~2년으로 예상한 일도 10년 걸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연구와 관련된 것보다 사회적인 장애물을 뚫고 가는 과정이은 쉽지 않죠. 10여년 정도 목표를 향해 왔습니다. 뒤돌아보면서 성찰을 하는 중입니다. 더 많은 장애물이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장애물들에 대한 이해도 나름 높아졌고 지금까지 극복한 역량과 연구 성과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10년은 더 빠르게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무엇이 가장 어렵던가요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리고 그 일을 밀어 붙이려면 ‘리소스’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설득의 과정이 필요해요. 설득을 못하면 일을 못하는데, 설득을 하려면 일이 이미 돼있어야하죠. 그래서 ‘설득’이 가장 어려워요. 특히 저처럼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할 때 더 어렵죠. 그래도 지금까지 설득해서 결과를 많이 보여줬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쉬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교수가 뭘 알겠어' 선입견 이겨내고 스타트업 궤도에 올려
▶가장 어려웠던 일의 예를 들어주신다면요
“아까 얘기했지만 전자공학자로서 뇌 과학 커뮤니티에 들어갔을 때죠. 네이처에 논문을 등재하며 시작했지만 여전히 ‘우리 분야는 이것을 하는데,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이런 반발이 있습니다. 가령 논문을 내려고 하는데 리젝트를 하면 낼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10 중에 1만 보여주면 될 때 저는 3을 보여줘야 합니다. 몇 단계를 더 해서 설득하는 거죠. 그러면 ‘괜찮네’ 이렇게 설득이 됩니다. 이 과정이 진짜 힘들어요.”

▶창업시장에서도 도전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교수가 사업을 알아’ 이런 시선도 쉽지 않았어요. 그리고 ‘실패를 모르고 성공가도를 달려온 당신이 세상의 어려움을 아냐’ 이렇게 저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보는 분들도 계셨고요.”

▶정말 힘든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너무 청천벽력 같은 힘든 일 때문에 ‘일어날 수가 없겠다’란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죠. 이겨낸 원동력이요...저의 의지와 노력도 있었겠지만 손을 내밀어 잡아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직접적인 도움도 있었고, 힘들고 괴로울 때 용기를 북돋아준 분도 계셨어요. 그리고 제가 알지 못하는 분들에게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NIH에 제안했을 때, 저 같은 외국인이, 그것도 전자공학도가 연구 제안을 했는데 누군가 심사를 해서 도와준 거잖아요. 교수가 사업을 한다고 하는데 저를 믿고 투자 해주신 분들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

▶가만히 있는데 사람들이 그냥 도와주지는 않죠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에겐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있어요. 요즘 생각하는 게 이렇게 서로 손을 내밀어주는, 동 시대의 인류에 대한 인류애를 생각해요. 나도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후배 스타트업 창업자들에 대한 강연도 그렇고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 나눌 수 있는 것들을 나누고 싶어요.”

▶회사를 어떻게 키울 계획인가요
"몸무게 측정하고 관리하듯 뇌의 정보를 해독하고 진단해서 치료하는 플랫픔을 만들겁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체중을 측정해서 몸무게를 관리 하듯이 뇌에 대해서 살펴보는 겁니다. 뭔가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병원에 가는 거죠. 뇌 질환에 관한 해독이 가능하면 뇌 건강을 좀 더 쉽게 관리할 수 있거든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엘비스 홈페이지 사진
엘비스 홈페이지 사진
▶MRI로 뇌를 촬영하는 것이랑 엘비스의 플랫폼을 활영하는 것이랑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 MRI는 주로 뇌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이런 걸 보는 겁니다. MRI를 보고 어떤 뇌 질환이 있는지 진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뇌에 관한 정보를 해독하기 위해선 뇌의 시스템 자체가 어떻게 동작하는 지를 알아야합니다. 그래야 일부 정보를 측정해서 해독할 수 있죠. 그냥 사진을 찍어서는 못합니다."

▶지금 기술은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나요
"앞으로 점점 더 가속도가 붙어서 많은 것들을 많이 알게 될 겁니다. 우선 간질 같은 몇 가지 뇌 질환에 대해 모델링을 해서 의사분들이 환자들 대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올 연말에 출시할 계획입니다.

▶왜 간질이 최우선 순위입니까
"현재 의사분들이 뇌의 기능 정보를 수집해서 실제로 적용하는 뇌 질환이 간질입니다. 저희 플랫폼을 보급하는 데 좀 더 용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간질은 '치매'와도 연관성이 깊어요. 치매가 생기면 간질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매 환자에 관한 다른 치료법은 없어도, 치매 환자가 간질 있다는 걸 알고 간질을 치료하면 치매도 좋아집니다. 간질 치료에 대한 수요가 있는데 그런 부분을 엘비스가 도와 드릴 수 있는 겁니다. 그러면서 엘비스의 기술에 익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고요."
뇌 질환도 몸무게처럼 진단 및 관리 가능해진다
▶사회적으로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까요
"환자에 대해 정확한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치료법을 환자에게 쓸 수 있을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도 가능해집니다. 사실 알츠하이머, 파킨슨 등에 대해 지금까지 많은 것을 성취하기도 했지만 제가 생각했던 목표까지는 못 간 상태입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간은 그 동안의 노력에 부합하는 결실이 맺어지는 단계일 것 같습니다. 어떻게 뇌 질환이 발생하는지와 더불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까지 알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회적인 비용도 많이 줄어들겠네요
"현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뇌 질환이죠. 정보가 체계화 되면 의료비용이 줄어들 겁니다. 병원에서도 하기 어려운 일을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많은 의료 문제도 예방할 수 있고요. 저는 엔지니어링이 너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엔지니어링을 할 수 있다는 건 원하는 것들을 이뤄낼 방법들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이거든요."

▶요즘 한국 사회에서 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원래 뇌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지만. 환자가 증가한 것도 영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치매, 자폐증 등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팬데믹에 따른 사회적 격리 때문에 우울증, 공황장애 환자가 증가하는 것들도 있을 겁니다."

▶기술 발전과도 연관이 깊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메타버스는 뇌가 다른 세상과 소통하는 상황인 거죠. 뇌에 대해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데 한국에 사무실을 연 이유가 있나요
"우수한 한국 인력을 채용하려는 게 크고요. 한국의 병원들과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환자들에게 최대한 이른 시점에 솔루션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글로벌 바이오산업 수준에 대해선 어떻게 보세요
"바이오는 IT보다 어려운 산업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까지 폭풍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시장과 산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래서 승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새로운 영역입니다."

▶스타트업들의 성장성이 크다는 이야기네요
"기술의 발전은 승자독식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IT에선 확실한 승자가 많이 나와있어요. 하지만 바이오는 아직 입니다. 의지와 아이디어만으로 되는 산업이 아닙니다. 컴퓨터에 빗대 이야기를 해볼게요. 컴퓨터가 만들어진 상태에서 IT 산업이 빠르게 성장했다면 바이오는 이제 컴퓨터 같은 걸 만드는 상황입니다. 산업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리더십을 갖고 뛰어든다면 바이오테크 사업에선 새로운 역사를 쓸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흥미진진 합니다.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기회가 있습니다."
이진형 대표가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받은 수상 증서
이진형 대표가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받은 수상 증서
▶한국의 의대 인기 현상이 바이오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까요
"좋은 의사가 배출되는 게 바이오산업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의사가 배출되다보면 기술 개발 현장에 참여하는 의사가 많아질 것이고 요. 그에 따라 좀 더 빠르게 개발하고 성장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할 것 같아요
"결국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중요합니다. 정부에선 현장을 도와줄 수 있는 생태계와 정책을 제시해야합니다. 그리고, 저 같은 사람들도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그런 정신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포기하는 건 실패를 연습하는 것"...절대 포기하지 않아
▶대학원생으로 돌아가도 지금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요
"지금 하는 일이 보람 있고 재미있습니다. 너무 힘들 때는 '꼭 해야하나' 이런 생각도 들죠. 하지만 끝없이 문제를 던져주는 것도 좋고,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 정말 좋습니다. 제 목표를 생각해보면 다시 태어나도 가고 싶은 길입니다."

▶그런 끈기, 도전하는 마음은 어디서 배우신건가요
"어릴 때부터 그랬는데 부모님께 배운 것 같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원칙 중 하나는 '어려운 길을 원칙대로 따라가는 것'입니다. 내가 정말 진정성 있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을 때 가치가 창출 된다다는 겁니다."
이진형 교수. 이진형 교수 SNS
이진형 교수. 이진형 교수 SNS
▶힘든 목표를 세우면 누구나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텐데요
"그래서 중요한 게 목표를 잘 잡는 겁니다. 그리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안보일 때도 저는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그러면 방법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학생들 가르칠 때도 '포기하면 안 된다. 포기하면 실패를 연습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목표를 잘 설정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도움의 손길'이 올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창출한 가치 때문에 뭔가를 이룰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죠. 저는 안되는 걸 되게 만드는 습관을 갖고 있어요.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한 번도 목표를 포기한 적이 없으신가요
"자신있게 '네'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뇌질환 치료에 대한 목표를 세우기 전엔 확고하게 풀고 싶은 문제에 대한 목표가 없었죠. 하지만 무엇이든 열심히 했습니다. 제가 일단 맡은 일은 끝까지 다 했습니다. 긍정적인 가치관에 기반한 일이면 크든 작든 열심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이 언제인가요
"인생의 장애물과 도움 모두 사람한테 오더라고요. 저는 순위를 정할 수는 없었지만 '일어날 수 없겠다'란 생각이 드는 순간마다 저한테 내밀어줬던 손길들이 있었습니다. 인생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정도로 임팩트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 손길을 서로 내밀어주는 사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 세상을 위해 좋은 문제를 풀어서 기여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이 모였으면 좋겠어요. 행복의 요건은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내 주변의 일들에 대해서 애정을 갖고 사랑하는 마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나와 주변의 행복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동체 의식은 언제 생겼나요
"1이면 되는 데 3씩 보여줘야하는 것 그리고 설득의 과정이 힘들었어요. 부당한 일을당했을때도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저한테 그런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을 못했어요. 다양한 힘든 일을 겪으면서 '내가 노력해서 불합리한 일을 없애는데 기여해야겠구나'라는 공동체의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습니다."

▶행복한 시기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고비를 넘어서 아이디어가 실현될 때죠. 반대하던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게 기쁨입니다. 지금까지 이룬 것은 제가 하는 것을 보여주고 그것에 대한 인정을 받는 과정이었지만, 앞으로 10년은 결실이 맺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를 도와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그건 너무 행복하고 기쁠 것 같아요."

▶대표님의 인생관이 궁금하네요
"사람들에게 강조하는 게 '사람은 한결같아야 한다'는 겁니다. 화장실 들어갈 때나 나올 때나 같아야 한다는 거죠. 저는 같으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입니다."
10년 뒤엔 새로운 AI 컴퓨팅 시스템 개발할 것
▶10년 후 대표님은 어떤 모습일까요
"제가 3~4년 전에 30개년 계획을 세웠습니다. 인생의 기간마다 목표를 세우면 마음이 훨신 더 편해져요. 계획이 많이 틀어지기도 했는데 계획을 수정하면서 해나가는 것도 재밌습니다.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이진형 엘비스 대표
이진형 엘비스 대표
▶계획에 대해 알려주신다면요
"1차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뇌질환의 치료에 관한 건데, 뇌 회로에 대해서 공부하다 보니 뇌가 어떻게 계산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이걸 바탕으로 전자공학자로 돌아가려는 계획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금은 컴퓨터를 갖고 AI를 하잖아요. 저는 뇌의 컴퓨테이션 방식을 활용한 새로운 AI 컴퓨팅시스템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축적한 뇌의 구조 관한 정보를 갖고 하면 더 잘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 수준이고요."

▶공학이나 의학 말고 다른 분야의 목표도 궁금한데요
"인생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교육에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 시대적 변화로 교육의 방식 그리고 수요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직접 가르치는 것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교육을 하면 좋을 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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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