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권법 위반 처벌 방침엔 "원망하지 않는다"
우크라 참전 한국인 "젤렌스키 연설 때 텅 빈 국회 부끄러워"
우크라이나의 외국인 의용병 부대에 입대한 한 한국인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회에서 화상 연설을 했지만 참석률이 저조했던 데 대해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15일 연합뉴스가 '육군 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을 통해 입수한 입장문에서 우크라이나 국토방위군 국제여단에 입대한 한국인 A씨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 우리나라 국회의원 300명 중 50여명만 참여한 사실을 보고 한국인이란 것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1일 국회 도서관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이 있었다.

미국·영국·일본 등에서 열린 연설과 달리 기립박수는 한 차례도 없었고, 의원도 50여명만 참석해 좌석 상당수가 비어있는 모습이 연출됐다.

당시 모습이 담긴 사진은 러시아에서 '한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무관심하다'는 선전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A씨는 "자유세계 국가 중 어느 나라가 우크라이나에 이런 모욕을 줬느냐"며 "소수지만 제 의용군 동료들도 한국 정치인들의 행동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국가의 정치인과 시민들이 당신들의 행동을 기억할 것"이라며 "언젠가 대한민국이 침공당했을 때 당신들의 행동을 말하며 수많은 나라가 도움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많은 나라에 도움을 받았던 나라가 적이 무섭고 경제가 악화할까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한반도에 묻힌 수많은 유엔군이 왜 이런 나라를 위해 싸웠는지 후회할 것 같다"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A씨는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만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자유세계의 일원이자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권위주의 세계와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우크라이나 입국자들을 여권법 위반으로 처벌하겠다고 한 점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저를 처벌해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이 참상을 알고도 아무것도 못 하는 정치인들과 소극적인 정부의 한심함에 역겨움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A씨는 지난달 27일에도 육대전을 통해 국제여단 입대 이유를 밝히는 입장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