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수사 보완·정정 성공 사례 소개…'검수완박' 비판 취지
대검 "검경 크로스체크로 국민 권익 보호…'검수완박' 땐 수사 실수 정정 불가"
"미제사건 검경 보완·협력으로 해결했는데…앞으론 못 볼 듯"
"검사가 경찰보다 잘해서, 우월해서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때로는 검경이 협력해서, 때로는 건강한 경쟁을 하며, 때로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며 국민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해왔습니다.

"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앞으로 볼 수 없을 모습들을 소개한다"며 검찰의 보완수사로 범행의 전모가 드러났거나 검경의 협력으로 사건을 해결한 사례들을 열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가 성사되면 이 같은 수사는 불가능해진다는 취지다.

◇ "대검 DNA 분석이 해결한 무학산 살인사건…검경이 함께 잡은 마약조직"
첫 사례는 2015년 발생한 경남 마산 '무학산 살인사건'이다.

40대 남성이던 범인은 그해 10월 무학산 정상에서 만난 5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피해자가 저항하자 살해한 뒤 시신에 흙을 덮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목격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경찰은 사건 발생 5일 만에 공개수사로 전환하면서 제보 전단을 배포했고 연인원 8천여명을 동원해 무학산을 샅샅이 뒤졌으나 성과는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피해 여성의 유류품을 두 번 감정했어도 범인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사건 발생 189일 동안 지역 주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며 자칫 미제로 남을 뻔했던 범행은 대검찰청 전문가들의 DNA 감정으로 실마리가 풀렸다.

검찰은 보유하고 있던 데이터베이스에서 범인의 DNA를 발견한 뒤 폐쇄회로TV(CCTV) 분석 등을 통해 혐의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2013년 '울산 계모 아동학대 살인사건'은 '법률 전문가'인 검사의 보완수사 성과 사례로 언급됐다.

초등학교 2학년인 자녀를 오랜 기간 폭행하고 화상을 입히는 등 학대를 해온 의붓어머니가 구타 끝에 피해자를 숨지게 한 사건이다.

경찰은 가해자를 검거했으나 살해 고의를 입증하지 못해 처벌 형량이 살인죄보다 낮은 학대치사죄를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보완수사에 나선 검찰은 부검의와 전문가 조사 등을 통해 피해자에게 갈비뼈 16개가 부러질 정도의 상해가 발생한 점을 밝혀냈고 살인죄를 적용했다.

살인 혐의는 재판 과정에서도 입증돼 결국 징역 18년형이 확정됐다.

차 검사는 조직범죄 처벌에서는 검찰과 경찰의 유기적인 협력이 돋보였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국내 최대 규모의 텔레그램 마약유통조직을 일망타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검찰은 법리 검토와 주요 조직원 수사, 범죄수익 환수를 맡았고, 경찰은 자금 추적과 자금세탁책 수사, 마약 매수자 추적 등을 수행했다.

결국 총책 등 핵심 조직원 15명이 '범죄집단'임을 밝혀 재판에 넘길 수 있었다.

"미제사건 검경 보완·협력으로 해결했는데…앞으론 못 볼 듯"
◇ 대검 "경찰수사 한해 2만건 이상 檢이 정정…검찰 수사권 있어야"
대검찰청도 이날 발표한 '검수완박 Q&A'에서 최근 피의자 지명수배가 시작된 '용소계곡 살인사건' 등의 사례를 예로 들며 효과적인 혐의 입증을 위해서는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검찰이 직접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검은 "경찰관도 사람인 이상 실수를 하고, 잘못된 결정을 한다"며 "검사는 완벽하지 않은 경찰의 실수를 바로잡아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수사기관의 '크로스체크'가 꼭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경찰이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는데 검찰이 불기소 처분으로 바로잡거나, 경찰에서는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사건을 기소한 사건은 2019년 3만712건, 2020년 2만9천804건으로 나타났다.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난해는 2만1천800건으로 3분의 1가량이 줄었다.

대검은 "만일 검수완박이 되고 경찰만이 수사한다면 검사가 경찰의 과오를 바로잡는 사건 수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경찰의 잘못은 누가 바로잡고 억울한 국민은 어떻게 구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