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 학원가 인근에서 가방을 멘 학생들이 길을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과대학 내 고소득층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부모세대의 소득격차가 자녀세대의 교육 및 소득격차로 이어지는 고리가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전국 의과대학 신입생 1221명 중 9구간(227명)과10구간(524명)에 해당하는 학생 수는 751명으로 전체 61.5%를 차지해 2017년(49.1%)에 비해 12.4%포인트 증가했다. 2019년엔 이 비율이 59.1%로 의대 내 고소득층 비율은 증가하는 추세다. 소득 기준 10구간은 가장 소득이 높은 구간이며 1구간이 가장 소득이 낮은 구간이다.

지난해에 국가장학금 10구간으로 분류되려면 4인가구 기준 월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의 3배인 1462만8870원을 초과해야한다. 중위소득의 2배인 975만2580원을 넘어야 9구간이다. 월 소득인정액은 월단위로 계산한 소득평가액에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친 금액이다.

가장 부유한 10구간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도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7년 38%였던 의대 신입생 내 10구간 학생 수 비율은 2019년 41%, 지난해 43%로 올랐다.

한국장학재단 자료는 의대 신입생 전원을 조사한 결과는 아니기에, 전체 신입생 내 고소득층 비율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의대의 고소득층 비율은 다른 대학들보다 높은 편이다. 고소득층 비율이 높아 화제가 된 이른바 'SKY대학'(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경우 지난해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재학생 중 9·10구간 학생 수 비율은 의대보다 13.3%포인트 낮은 48.2%였다. 전문직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경쟁률이 상승한 약학대학 내 고소득층 비율(47.9%)도 의대에 비해선 13.6%포인트 낮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부모의 소득격차가 자녀의 교육격차로 이어지는 교육 대물림 현상이 심해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대 선호도가 높아진 가운데 가운데, 지원을 많이 받은 고소득 부모의 자녀들이 높은 점수를 얻어 의대로 진학하면서 고소득층 비율이 증가한 것이란 지적이다.

정시확대 기조 속 갈수록 어려워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도 교육 대물림의 배경으로 꼽힌다. 공교육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수능 대비를 위해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의대정시 핵심과목 중 하나인 과학탐구영역 변별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고난도 과탐 모의고사를 제공하는 학원이 서울 대치동에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모의 소득격차가 자녀의 교육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교육의 핵심역할 중 하나는 빈부의 세습을 막는 것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하향 평준화된 공교육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대학의 소외계층 입학비율을 의무화하는 정책 등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