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결혼 앞둔 황현준 경장·베테랑 조종사 정두환 경위 순직
남해해경청 항공대원들 "동료 지키지 못해 마음 아파"
"마지막 인사 될 줄은" 헬기 추락 순직 해경 가족·동료 황망(종합2보)
"아들이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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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마라도 남서방 해역에서 추락한 해경 헬기에 탑승했다가 순직한 전탐사 황현준(27) 경장의 아버지는 8일 부산 남해해양경찰청에 마련된 유족·실종자 가족 대기실에서 "사고가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황씨는 "오늘 새벽 잠에서 깨 항공대에서 전화를 받았을 때 사고를 직감했다"며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군 부사관 출신인 황 경장은 2019년 해경에 임용돼 전탐사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지난해 2월 남해해경청 부산항공대로 자리를 옮긴 그는 경남 통영 등 남해안 곳곳을 누비며 어선 응급 환자 이송 등 항공기 운영과 관련한 업무에 매진했다.

이밖에 부산항공대 시설물 개선은 물론 헬기 전탐사로서 열 열상 카메라 결함을 해소하는 한편 전탐석 임무 모니터 결함을 발견해 개선을 추진하는 등 항공대 내에서 시설 관련 업무를 전담한 유능한 인재로 꼽혔다.

황 경장의 아버지는 "아들이 평소에 누군가를 구조하는 임무를 맡는 것에 자부심이 굉장히 강했다"며 "국가에 봉사하는 마음과 함께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가져 항상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헬기를 타는 일이다 보니 항상 조심하라고 당부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아들이 오래 만난 여자친구와 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며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는데…"라며 말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이날 아침 이른 시간부터 남해해경청에 마련된 유족·실종자 대기실에 모인 가족들은 오열했다.

울음소리가 해경청 복도까지 울러 펴졌다.

"마지막 인사 될 줄은" 헬기 추락 순직 해경 가족·동료 황망(종합2보)
남해해경청 부산항공대 소속 조종사들도 갑작스럽게 들려온 비보에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동료들은 이번 사고에서 구조된 기장 최모(47) 경감과 숨진 부기장 정두환(51) 경위는 남해해경청 내부에서도 베테랑 조종사로 꼽혔다고 전했다.

남해해경청에 따르면 최 경감은 헬기 비행시간이 3천155시간에 달하며 사고 헬기인 S-92도 328시간 비행했다.

부기장 정 경위는 해군 소령 출신으로 헬기 누적 비행시간이 3천238시간에 달할 정도로 경험 많고 유능한 조종사로 인정받았다.

군에서는 UH-60 교관이었다.

그는 2020년 10월 5일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발생한 중학생 실종 사고 때 팬더 헬기 부기장으로 투입돼 항공 수색 도중에 실종자 1명을 최초로 발견하기도 했다.

올해 3월 14일 남해 창선도에서 발생한 어선 전복 사고 때는 S-92 부기장으로 악기상에서 불구하고 긴급 이륙 및 상황 대응에 기여했다.

남해해경청 한 관계자는 "정 경위는 해경에 들어오기 전 박사학위를 받을 만큼 자기 발전에 힘쓰던 경찰"이라며 "팀 내에서도 의사소통을 원활히 해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정상태 남해해경청 부산항공대 경감은 "황 경장은 전탐사 본연의 업무뿐 아니라 막내로서 항공대 일을 도맡아 하는 든든한 친구"라고 말했다.

"마지막 인사 될 줄은" 헬기 추락 순직 해경 가족·동료 황망(종합2보)
현재 실종된 정비사 차모(42) 경장에 대해서는 "엔지니어로서는 최고의 능력을 갖췄다"며 "일단 출근하면 어두워질 때까지 쉬는 모습 없이 항공기와 늘 함께하는 친구였는데 빨리 우리 품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 경감은 "출동할 당시 안전하게 잘 다녀오라고 다독이면서 보낸 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제대로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채 출동한 동료들이 너무 보고 싶다.

어서 우리 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를 지키지 못해 마음이 많이 너무 아프다"고 흐느꼈다.



/연합뉴스